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가 출시 초반 기대 이상의 흥행 몰이를 하면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폭발적 흥행은 어려울 것'이란 당초 예상을 깬 결과인데, '명절 연휴 효과'를 제대로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흥행 바람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에 관심이 모인다.
3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포켓몬고는 설 연휴를 맞아 이용자 수가 급증했으며 매출 순위도 껑충 오르는 등 연휴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앱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주(23~29일) 국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 가운데 700만명 가량이 포켓몬고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와이즈앱이 지난 한주 동안 전국 2300만명의 안드로이드 사용자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치자는 758만명, 하루활동사용자(DAU)는 698만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포켓몬고는 출시 첫날 다운로드 283만명과 DAU 290만을 각각 달성한 이후 각 수치가 매일 계단 오르듯 확대되고 있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두고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휴 첫날인 지난 27일 DAU는 489만명으로 전날(428만명)에 비해 61만명이 늘었으며 연휴 둘째날에는 523만명으로 34만명이 더 증가했다.
매출 순위도 설 연휴를 맞아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기준으로 포켓몬고는 지난 29일 '리니지2 레볼루션'에 이어 2위에 오른 이후 사흘째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선 출시 첫날 리니지2 레볼루션에 이어 2위 자리에 오른 이후 이날까지 8일째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포켓몬고는 지난해 7월 6일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서 출시되자마자 애플과 구글에서 게임 순위 1위를 기록했으며, 미국에선 최대 DAU 2100만명을 달성해 인기 캐주얼게임인 '캔디크러쉬'의 DAU(2000만명)를 넘어선 역대 최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북미 지역뿐 아니라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등 대부분 유럽국가에서도 출시와 동시에 매출순위 1위라는 기염을 토했으며, 북미에선 포켓몬고 유저들의 일평균 이용시간이 주요 SNS와 메시징 앱들의 사용시간 보다 더 긴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다만 국내에선 이 같은 폭발적인 흥행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출시한지 반년이 넘은데다 국내에선 별다른 마케팅 활동없이 전격적으로 출시됐기 때문이다. 포켓몬고가 지도 데이터에 기반해 야외 활동을 해야하는 방식이라 외부 활동이 뜸한 겨울철에는 이용자를 모으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 같은 예상을 깨고 국내서도 성공한 이유는 연휴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포켓몬고는 설 연휴를 불과 사흘 앞둔 지난 24일에 갑작스럽게 국내 서비스를 개시했다. 개발사인 미국의 나이언틱은 출시 전날에서야 기자간담회 개최 소식을 알리기도 했는데 설 명절을 노리고 출시 타이밍을 잡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포켓몬고는 대부분의 전국 각 지역에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핫스팟을 구현해 명절을 맞아 고향에 방문한 가족 및 친척들끼리 게임을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역할수행게임(RPG) 장르와 달리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고 오프라인 상에서 경쟁하듯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게임 업체 관계자는 "포켓몬고는 모바일게임을 안하던 이용자들을 불러 모았으며 이들이 연휴를 맞아 지인들과 함께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내 이용자들이 새로운 IT 서비스와 트랜드에 민감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계기"라고 말했다.
게임 업계에선 포켓몬고의 흥행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게임은 해외에서 스타벅스나 맥도널드 등 유명 체인점과 손잡고 특정 매장에서 희귀 아이템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이 같은 제휴 사업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업체 관계자는 "나이언틱이 본격적인 사업이나 마케팅을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포켓몬고의 매출 순위가 2위까지 올랐다는 것은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라며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계절로 바뀌면 흥행 돌풍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