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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투협 회장만은 아름답길

  • 2017.12.12(화) 14:37

협회장 선출 절차 본격화…정부 내정설도 지속


"금융투자협회는 투명한 선거절차를 가진 조직이다. 이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분이 와주실 것으로 믿는다."

황영기 금투협회장이 연임을 위한 선거를 포기하면서 남긴 말이다. 혹시 그렇지 않으면 날카롭게 비판해달라고 기자들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연임을 포기하는 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왜 이런 말을 했을까.

협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금투협은 12일 이사회를 열어 회장 선출을 위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향후 선거 일정과 절차 등을 정한다. 외부 압력을 배제하고 회원사들의 뜻으로만 협회장을 뽑는다는 원칙에 따라 추천위 명단도 공개하지 않는다.

비공개 추천위가 협회장 공모에 지원한 예비후보자 가운데 2~3배수가량을 최종 후보자로 추리면 증권사 56개, 자산운용사 169개, 선물사 5개, 부동산신탁사 11개 등 총 241개 정회원사가 비례의결권에 따라 투표해 결정한다.

이것이 바로 황 회장이 말한 아름다운 전통이다. 이번 선거 역시 후추위의 비공개, 비밀 투표 등이 변함없이 유지된다. 그런데 왜 아름다운 전통이 유지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는 걸까.

"현 정부를 꾸리고 운영하는 분들과 저는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는 환영받지 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와 같았다."


황 회장은 연임 도전을 포기한 이유로 정부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정부와 가치관이 맞지 않고,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사실 황 회장은 연임에 대한 의지가 컸다. 임기 동안 굵직한 현안을 앞장서 추진하면서 업계의 지지를 받아왔고, 최근 각종 행사에서 목소리를 높이면서 연임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랬던 그가 돌연 출마 포기 선언을 했다는 것부터 정부의 압박이 있었음을 추측하게 한다. 때문에 협회장 자리에 내정자가 있다는 각종 의혹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장은 금융권에서 마지막 남은 협회장 자리라 금융투자업계와 증권유관기관 출신의 전·현직 인사가 대거 거론되며 하마평이 무성하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과 정회동 전 KB투자증권 사장,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대표 등 3명이다. 인사에서 매는 늦게 맞을수록 좋다고 출마 의지가 있음에도 아직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은 인사도 꽤 된다.

대부분이 업계를 거친 전문가라 정부의 끈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정부의 끈이 실재하는지는 알 수 없다. 일부 인사가 업계보다는 국회 주변에서 선거 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정치권과 업계 인사의 끈이 곳곳에 연결되어 있어 정치 낙하산 인사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사실 정부가 밀어주는 인사가 최종에서 낙마한 사례가 과거에도 있다. 비공개 후추위와 투표라는 안전 장치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안정 장치가 이번 선거에서도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금융투자업계에는 여전히 제대로 매듭짓지 않은 현안이 많다. 초대형 투자은행(IB)도 반쪽만 출범했고,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업계를 잘 알고, 이들의 입장을 대변해 자본시장을 제대로 이끌어 나갈 전문가가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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