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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공매도 분노' 근본 처방할 때

  • 2018.04.10(화) 11:04

지난 주말 사상 초유의 삼성증권 배당금 사고 이후 공매도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지난해 셀트리온의 코스피 시장 이전으로 주목받은 후 근 1년 만이다.

 

 

삼성증권 직원들은 우리사주 배당금 대신에 입금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을 팔아 시장을 혼비백산케 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 제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사실 이번 사고를 공매도와 직접적으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공매도는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시장에 판 후 다시 이를 되사는 것을 통해 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이다. 매도에 앞서 주식 차입이 전제되어야 하는 셈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주식 차입이 이뤄지지 않았고 의도적으로 가격 하락을 노리고 들어온 공매도도 아니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는 금융 시스템 상의 미비나 삼성증권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보다 공매도가 오히려 더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서는 주식을 차입하지 않고 파는 무차입 공매도(네이키드 숏셀링, Naked Short-selling)가 불가능한데 이런 무차입 공매도가 허용됐다는 점에서 그간 잠재해 있던 금융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삼성증권 규제와 함께 공매도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청원자가 20만명을 넘어서며 공매도로 날카로운 화살이 향하고 있다. 일부는 삼성증권 배당 사고와 공매도에 대한 잘못된 이해도 있겠지만 공매도에 대한 투자자의 분노가 여전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에 시달려온 셀트리온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하면서 공매도의 부작용이 재차 부각됐고 금융당국은 공매도 규제를 한층 더 강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셀트리온의 코스피행을 되돌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코스피 시장에서도 셀트리온은 여전히 공매도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셀트리온의 공매도 수량 비중은 코스닥 시절보다 더 높아진 상태다. 삼성증권이 배당 사고 여파로 주가가 하락하자 공매도 세력이 이에 가세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입장에서는 공정한 가격 형성 기능이나 헤지 수단으로서의 공매도를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 코스닥 시장에서 거품 논란이 상대적으로 심한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공매도가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장기적으로는 공매도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전날(9일) 삼성증권 사고를 공매도 제도와 직접 연결 짓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간 연이은 공매도 제도 정비가 이뤄졌음에도 삼성증권 사고를 계기로 공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번 삼성증권 사고를 계기로 공매도의 부작용이나 기관과 외국인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는데 따른 투자자 간 형평성 논란은 더 가열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으로서는 단순한 선 긋기보다는 필요 이상의 논란을 잠재우고 근본적인 처방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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