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는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는 과도한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 입니다.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도로 위 운행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면 교통사고는 일어나지 않겠죠. 그런데 그게 맞는 겁니까? 그럼 차는 왜 만들었습니까? 도로에 CCTV를 설치하고 규칙을 어긴 운전자에게 벌금을 세게 매겨 사고를 방지하는 게 맞는 방법이겠죠"
공매도란 특정 종목 주식을 빌려 시장에 팔아 현금을 확보한 뒤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매수해 되갚아 매매 차익을 챙기는 투자 전략이다. 주로 기관과 외국인이 하락장에서 구사한다. 지난달 말 증시가 고꾸라질 때 공매도가 하락세를 부추겼다고 지적받으면서 최근 이 제도를 둘러싼 시비가 일고있다. 일반투자자 중심으로 공매도 폐지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도 자체를 건드리기보다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 "공매도 폐지보단 건전성 도모"
12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국회에서 '공매도 제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패널들은 공매도 제도를 폐지하기보다는 불법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제도의 건정성을 도모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모았다.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칼은 요리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면 요리도구로 쓰이지만 범죄자에게 주어지면 흉기가 된다"며 "공매도 제도가 세계적 추세인만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공매도 제도가 채택된 것은 1969년. 자본시장법은 원칙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지만 시장의 안정성과 공정한 가격형성을 위해 대통령령이 허용하는 한에서 허용하고 있다. 개인·기관·외국인투자가 등 투자 주체에 따른 제한은 따로 없다.
하지만 개인이 공매도를 하려면 기관 외국인과 달리 증권사를 거쳐야만 하고 신용도 상대적으로 낮아 상환 기간과 종목 선정에 제한이 따른다. 장영열 경실련 공매도 제도개선TF 자문위원은 "기관과 외국인은 현행법이 가진 허점을 이용해 공매도를 가격 조장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있지만 유동성을 높이고 거래비용을 낮추면서 거품을 견제하는 순기능도 있다"며 "제도 자체보다는 공매도 제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에 초점을 맞춰 행정 제재 등 규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12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국회에서 '공매도 제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연 정책토론회에서 패널들은 공매도 제도를 폐지하기보다는 불법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제도의 건정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이돈섭 기자] |
◇ 운동장은 기울었는데…
개인에게도 공매도를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자본시장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달하는 만큼 개인에게 공매도를 허용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과 개인이 기관 외국인과 경쟁하게 되면 밀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부딪쳤다.
황성환 타임폴리오 대표이사는 "미국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수준"이라며 "자본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라도 개인에게도 공매도 참여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기준 코스피시장 내 공매도 거래대금비중은 6.4%로 일본 JPX 39.4%와 미국 NYSE 42.4%에 비해 현저히 낮다.
정의정 희망나눔주주연대 이사는 "개인에게 공매도를 허용하면 아마추어인 개인이 프로인 기관 외국인과 맞붙게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은 기관 외국인에 비해 시장 정보 분석 능력과 자본 운용 기술이 떨어지기 때문에 개인이 공매도를 자유롭게 이용한다고 해도 도움될 것이 없다는 말이다. 정 이사는 이어 "자본시장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될 때까지 공매도 제도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은 토론회 말미에서 "우리나라 공매도 제도를 외국시장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개인 직접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 특성에 부합되도록 고민해야 한다"며 "현재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