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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빚'과 '핏빚' 사이⋯다시 시작된 '빚투' 질주

  • 2020.04.23(목) 10:37

증시 주변 자금 증가세⋯신용공여 잔고 8조원 돌파
"과도한 신용 거래 위험⋯시장 확장세 판단 어려워"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행렬이 강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자가 증권사에 빚을 내고 받아간 자금, 이른바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상승장일 때 수익률을 배가 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크게 키운다. 요즘 같이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선 자칫 주가 급락으로 투자자 의사와 상관없이 대출금 회수(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지표 악화, 국제유가 급락, 이에 따른 실물경기 둔화 등이 향후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 결정을 조언하고 있다.

◇ 유동성·리스크 동반 쏠림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1일 기준 8조3674억원을 기록했다. 잔고 규모는 꾸준히 늘어나면서 최근 19거래일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살 목적으로 증권사에 신용대출을 받아간 자금이다. 잔고가 늘어날수록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투자자가 주식 거래를 하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두거나 거래를 한 뒤 찾아가지 않은 예탁금도 확대되고 있다. 이날 기준 45조원(45조5012억원)을 넘어섰다.

이달 초 47조원을 넘어서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보였지만 이날 다시 상승 전환하며 주식시장에 유동성 쏠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시선도 커지고 있다. 증시의 잠재적 불안 요소로 꼽히는 신용거래융자 증가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주식담보대출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로, 이 수치가 증가한 만큼 반대매매를 통한 잠재물량 출회 리스크도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반대매매란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당사자의 계좌 내 평가액이 대출 당시 적용된 담보 비율 이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 등 대출을 해준 기관에서 당사자 의사와 상관없이 주식을 처분하는 매매를 뜻한다.

상승장에서는 반대매매를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하락장에서는 투자자의 손실과 지수의 낙폭을 확대할 수 있다.

지난 3월 지수 하락세가 지속되고, 변동성이 급증하면서 금융위원회는 투자자 이익 보호 및 시장안정조치 일환으로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했다.

이례적으로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에게 담보비율 하락에 따른 기계적인 반대매매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그만큼 반대매매가 투자자 및 주식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주식시장도 여러 부류의 투자자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 예탁금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융자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요즘과 같이 변동성이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신용거래를 하는 부분은 위험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 시장 확장세 판단 '시기상조'

국내 주식시장에 변동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지수 향배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패닉 장세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외국인 매도세는 여전하다.

더불어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지표는 쇼크게 가깝게 나타나고 있고 국제유가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갖고 있는 돈이 아닌 증권사의 신용융자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하기에는 평소보다 리스크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달 이후 전장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에서 16조원 이상 팔아치웠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매도 규모는 덜하지만 1조원(8564억원) 가까이 손을 털며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갔다.

안국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과 외국인의 투자 패턴을 과거 매수 강도와 비교하면, 개인의 매수 강도는 최근 약화됐고 외국인의 매도세는 더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망치 이상으로 악화된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경제지표도 부담이다. 지난 15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3월 소매판매지수는 전달 보다 8.7% 줄었다. 이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같은 날 발표된 3월 산업생산 역시 5.4% 감소했는데, 2차대전 직후인 1946년 1월 이후 최악의 수치다.

국내 주요 경제지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 17일 발표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19만6000명 감소해 10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여기에 국제유가에 대한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9.1%(2.21달러) 상승한 13.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물 WTI는 지난 20일과 21일 이틀간 13달러 가까이 빠지면서 11달러 선으로 주저 앉았다. 특히, 5월물 WTI는 계약만기(21일)를 하루 앞둔 20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유가(배럴당 –37달러)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10년간 바뀌지 않았던 소비와 고용이 변화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 부분을 극복하지 않고 시장이 확장세로 진입하게 된다는 것은 자산시장이나 일부 투자자산에 버블이 끼는 과정일 수 있으며 정상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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