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NBER)가 미국 경제의 불황을 공식적으로 판정했다. 지난 2월을 정점으로 2차 대전 이후 최장인 128개월 동안 이어져 온 경기 확장 국면이 마감되었다고 한다. 전례 없는 실업과 그에 따른 실물경제 피해 등을 원인으로 들었다.
골드만삭스에 의하면 1800년대 중반 이래 어떤 미국 경제 불황도 6개월 이내에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불황이 이번 2분기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UBS가 최근 전망한 글로벌 경제 전망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NBER의 판정은 시장의 예상들 가운데 부정적인 부분을 확인시켜줬다. 반면, 2분기 최악의 성장률 기록 후, 3분기부터 다시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 또한 확인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는 지 모른다.
이런 가운데, 세계 주식 시장에는 곰과 황소들 사이의 공방이 치열하다. 저마다 넘칠 정도의 데이터와 근거들을 가지고 내세우기에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다.
필자는 투자 기간에 따라 곰과 황소에 대한 소위 '베팅'의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6개월에서 1년 미만의 단기 자금은 곰을 선호하고 1년 이상 자금은 황소를 선택하는 것 같다. 후자는 주로 연기금처럼 투자 수명이 긴 자금이며, 전자는 그렇지 않은 자금들이다.
이와 관련된 이슈는, 연기금과 같이 수명이 긴 자금이라도 운용은 단기 성과의 영향을 상당한 정도로 받으므로 곰과 황소 중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수행하였던 해외 연기금들에 대한 벤치마킹에서, 지배구조, 그 중에서도 운용책임자의 임기가 국내보다 훨씬 장기라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은 바 있다.
아시아의 한 공공 기금의 운용책임자는 두 자리수의 임기를 마치고 민간운용회사를 설립하였고, 그 기금에서는 운용자금의 일부를 위탁하여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로 공공기금의 수익률 제고에 기여해달라고 하였다고 한다.
위의 벤치마킹 과정에서 연기금의 투자 성과가 지배구조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자금의 수명에 연계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 지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장기 투자에 따른 효과를 수익률 제고에 활용할 수 있는 틀을 점검해야 한다.
연기금이 아닌 일반인이라면 투자자금의 필요 시기에 따라 전략적 배분을 설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수립한 멀티에셋 포트폴리오에서 주식과 채권, 또는 대체자산의 비중을 전략보다 조금 더 늘릴 것인가 또는 줄일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코로나 이후 참조할 전례가 없어 곰과 황소들이 차고 넘치는 요즈음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