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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버스는 '깨진 독'…손실 눈덩인데 거래할 때마다 손해

  • 2021.06.30(수) 11:23

[추풍낙엽 곱버스②]
곱버스와 추종지수 간 괴리 커져
투자자엔 불필요한 비용 부담으로

'곱버스' 투자자들이 엎친 데 덮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곱버스 가격이 급락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데다, 곱버스와 추종지수인 코스피200선물 호가간 괴리가 커지면서 불필요한 비용까지 떠안고 있어서다. 

곱버스 가격이 많이 떨어질수록 추종지수의 움직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법무부에 발목이 잡히면서 1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로나19로 인기 끈 곱버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곱버스 상품인 'KODEX200선물인버스2X'의 가격은 여전히 18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곱버스는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2배 역추종하는 상품으로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하면 그 하락률의 2배가량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상장지수펀드(ETF)다.

곱버스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직후 인기상품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로 증시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대거 곱버스 매수에 나서면서다. 

실제로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평균 2000만 주 수준에 머물던 KODEX200선물인버스2X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지난해 2월 말을 기점으로 6000만 주로 늘면서 3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해 3월부터는 하루 평균 거래량이 2억 주를 넘어서더니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올해 1월에는 하루에 11억2000만 주가 거래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연초 이후 증시가 꾸준히 우상향하면서 곱버스 가격은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KODEX200선물인버스2X 가격은 지난해 3월 고점인 1만2365원과 비교하면 1년 3개월 새 85%나 폭락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곱버스와 코스피200선물간 괴리 커져

곱버스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곱버스가 추종지수인 코스피선물지수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곱버스 1호가(틱)가 차지하는 퍼센테이지와 코스피200 선물 1호가 당 차지하는 퍼센테이지 간 괴리율이 커져서다.

틱 또는 호가 단위란 선물 또는 주식의 매입·매도 주문 시 낼 수 있는 가격의 최소 단위다. 주가별, 시장별로 호가 단위가 다 다르며 주가가 높을수록 호가 단위는 높아진다. 다만 ETF와 ELW는 가격과 무관하게 단일 호가인 5원을 적용한다. 틱당 퍼센테이지는 1틱이 주가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각 상품별 틱을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그런데 ETF와 추종지수 간 틱당 퍼센테이지 차이가 크면 클수록 ETF가 추종지수의 미세한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게 된다.

ETF의 틱당 퍼센테이지는 높고, 이 ETF가 추종하는 지수의 틱당 퍼센테이지는 낮다면 추종지수의 호가가 여러 번 변해도 ETF 가격은 그대로 멈춰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곱버스와 추종지수인 코스피200선물의 틱당 퍼센테이지 괴리는 매우 크다. KODEX200선물인버스2X가 추종하는 코스피200 선물의 1호가는 0.05포인트로 지난 28일 기준 틱당 퍼센테이지는 0.01%다. 

같은 날 KODEX200선물인버스2X의 1호가 가격은 5원으로 틱당 퍼센테이지는 0.27%다. 곱버스의 틱당 퍼센테이지가 기초지수인 코스피200선물 지수의 틱당 퍼센테이지 보다 27배나 더 높아 선물 호가는 변하는데 곱버스 가격엔 변동이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ETF에서 틱당 퍼센테이지 비율은 주가가 떨어질수록 높아진다. 이 때문에 곱버스 가격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코스피200선물과 곱버스간 틱당 퍼센테이지 괴리율은 더욱 커진다. 

괴리율이 커지면 투자자들에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곱버스와 추종지수인 코스피200선물 사이의 틱당 괴리인 0.25%포인트만큼 선물을 비싼 값에 매수하고 싼값에 매도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발목 잡힌 액면병합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점을 인지해 곱버스 액면병합을 위한 검토에 나섰으나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적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액면병합이 쉽지 않아서다. 

거래소는 애당초 상장지수증권(ETN)의 액면병합 이슈 먼저 해결한 이후 ETF 액면병합 규정을 개정하고자 했으나 ETN 액면병합이 법무부 반대로 막히면서 ETN·ETF의 액면병합은 모두 답보상태다. 

앞서 거래소는 투기 광풍으로 2만원 가까이 치솟았던 원유(WTI) 레버리지 ETN의 가격이 동전주로 폭락하자 ETN도 액면병합을 할 수 있도록 상장 규정을 개정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법무부가 주식을 제외한 상품은 액면병합을 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ETN 액면병합 절차는 올스탑됐다. 거래소의 상장 규정 개정에 맞춰 예탁결제원도 ETN 액면병합을 위한 전산 준비를 마쳤으나 실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곱버스 가격이 1000원대를 넘나든지도 벌써 반년이 넘어가는데 액면병합은 여전히 답보 상태"라며 "투자자들로선 기존 곱버스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에 더불어 선물과의 틱퍼센테이지 차이에 따른 비용까지 추가로 떠안고 있는 셈으로 액면병합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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