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형 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성장세가 무섭다.
출시 4개월여 만에 신탁형 ISA의 가입자 수를 뛰어넘었다. 다른 ISA 상품과 달리 가입자 스스로 자유롭게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수요가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전용 상품인 중개형 ISA 덕분에 증권사들은 덩달아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은행의 텃밭으로 불린 ISA 시장에서 증권사의 입지가 점점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개형, 매일 9800명씩 가입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중개형 ISA의 가입자 수는 87만9336명으로 ISA 상품(신탁형·일임형·중개형) 중 가장 많았다. 같은 날 신탁형 ISA는 80만4671명, 일임형 ISA은 1만1170명에 불과했다.
2016년 서민형 만능통장을 표방하면서 선보인 ISA는 한 계좌 내에서 예·적금, 펀드, 리츠, 주식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절세계좌다. 상품의 특성에 따라 신탁형·일임형·중개형 3가지로 나뉜다.
중개형은 기존 신탁형과 일임형 상품에선 자유로운 주식 투자가 어렵고, 투자 자산도 주로 예·적금에 편중돼 있다는 불만이 나오면서 지난 2월 새롭게 도입됐다.
중개형 ISA는 출시되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2월 말 1만4950명이던 중개형 ISA 가입자는 4개월 만에 86만4386명으로 급증했다. 영업일 기준 매일 9800여명이 중개형 ISA에 가입한 셈이다.
증권사는 '쾌재'
중개형 ISA의 인기로 증권사는 쾌재를 부르고 있다. 중개형 ISA는 가입자의 주식투자를 중개한다는 특성상 위탁매매업 허가를 받은 증권사를 통해서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어서다.
실제 중개형 ISA 도입 이후 은행이 독식해오던 ISA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ISA 계좌 현황을 업권별로 비교해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을 통해 ISA에 가입한 고객은 99만4919명이고, 증권사에서 가입한 고객은 95만400명으로 불과 4만여명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중개형 ISA 상품이 선보이기 전인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증권사 ISA 가입자는 15만8559여명에 불과했다. 당시 182만137명에 달했던 은행 ISA 가입자와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쳤는데 중개형 ISA 출시와 함께 시장점유율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ISA 계좌를 운용하는 증권사는 18개사로 이중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교보증권 등 8개사가 중개형 ISA를 제공하고 있다.
메리츠증권과 유안타증권, 키움증권 등도 최근 중개형 ISA 출시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박두성 금융투자협회 증권지원2부장은 "전체 ISA 계좌 수 중 중개형 ISA 계좌의 비중이 45%를 넘어서면서 신탁형(41%)보다 점유율이 높아졌다"면서 "여기에다 최근 세법개정안 발표로 기존 은행 신탁형 ISA에서 중개형 ISA로 자금 이동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특히 "중개형 ISA는 현재 7개 증권사만 제공 중인데도 이 같은 성과를 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나머지 증권사들도 중개형 ISA 도입에 나설 예정이어서 중개형 ISA의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