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코스피 시장에서는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힌 종목들의 상장이 이어졌다. SK리츠와 현대중공업이 그 주인공이다.
앞선 공모청약에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SK리츠는 상장 첫날 리츠 시가총액 3위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만 5조원이 넘는 현대중공업은 규모가 워낙 큰 탓에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형성 후 상한가)'에는 실패했지만 공모가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가격에 마감하면서 단숨에 조선 대장주에 등극했다.
두 종목 다 양호한 출발을 보이면서 앞으로의 주가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SK리츠, 리츠 흥행 신호탄될까
SK그룹이라는 든든한 스폰서를 가진 SK리츠는 상장 첫날 증시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향후 리츠 상장 흥행에 주춧돌을 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코스피에 입성한 SK리츠는 공모가 5000원보다 6.8% 높은 534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장중 한 때 시초가보다 19.47% 높은 6380원까지 오른 뒤 최종적으로 57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와 비교하면 8.24%, 공모가를 기준으로 하면 15.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SK리츠는 특히 이날 하루 동안 거래량이 8200만주를 넘으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거래량 1위에 올랐다. 전체 2위를 기록한 삼기에 비해 두 배, 코스피 기준 2위였던 이아이디에 비해서는 3배 이상 많은 규모였다.
시가총액은 14일 종가 기준 8960억원을 기록하면서 상장 리츠로는 롯데리츠(1조3655억원)와 ESR켄달스퀘어리츠(9426억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SK리츠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한 일반 공모청약에서 증거금 19조2556억원을 모으며 552.0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상장 리츠 공모청약 사상 역대 최대 증거금과 최고 경쟁률이었다.
SK리츠의 흥행 성공으로 상장을 앞둔 리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신한서부티엔디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NH올원리츠 등이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이다.
호텔과 쇼핑몰 자산을 담은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오는 11월 공모청약을 거쳐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해외 물류센터를 담은 국내 최초의 리츠로, 상장 시 시가총액은 197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NH프라임리츠를 상장한 NH리츠운용이 두 번째 상장 리츠로 준비하는 NH올원리츠는 여러 오피스와 물류센터 자산을 담은 멀티섹터 리츠다.
올해 상장할 리츠 5개 중 4개가 멀티섹터 리츠인 만큼 향후 리츠 시장에서 멀티섹터 리츠의 비중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K-리츠는 싱가포르식 '복합형 리츠'의 모습을 띨 것"이라며 "싱가포르 리츠는 리테일 중심의 특화 리츠로 성장했으나 최근 들어 대부분 복합 리츠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조선주 대장 등극' 현대중공업…'따상'은 실패
현대중공업은 상장 첫날 조선 대장주에 등극하며 세계 1위 조선사의 자존심을 지켰다.
지난 1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현대중공업은 11만1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따상에는 실패했지만 공모가 6만원 대비 85.8% 오른 가격에 장을 마치면서 괜찮은 스타트를 끊었다.
현대중공업은 개장 직후 시초가 대비 18.02% 하락한 9만1000원까지 떨어졌다가 21.62% 오른 13만5000원을 기록하는 등 대형주답지 않은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변동성만큼 거래량도 커 삼성전자와 카카오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거래대금 1위에 올랐다. 이날 하루 거래대금만 1조9444억원에 달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9조8982억원을 기록하면서 순식간에 조선주 1위 자리를 꿰찼다.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7조4666억원)을 비롯해 삼성중공업(3조8745억원), 대우조선해양(3조900억원), 현대미포조선(2조8878억원) 등 대형 조선주들과의 격차도 크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3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8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SK아이이테크놀로지(1883대 1)에 이어 코스피 역대 2위에 올랐다. 뒤이어 7~8일 진행된 일반 공모청약에서도 55조8891억원에 달하는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상장 첫날 주가 급등으로 현대중공업은 현재까지 나온 증권사의 목표가를 모두 뛰어넘었다. 앞서 신한금융투자는 9만원, 메리츠증권은 11만원을 목표가로 제시한 바 있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에 대해 "2023년까지의 선박 발주 확대, 낙관적 회복 등을 반영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배가 적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 1위 조선업체이자 생산량 기준 1위로, 추후 연료 패러다임 변화 등에 따른 경쟁력 역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