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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매매 막는다던 금융당국, 대형 증권사는 시큰둥

  • 2022.07.06(수) 10:27

대형사 대부분 검토만…중소형사도 청산 하루 유예 그쳐
"미수금 보전도 안 해주는데…리스크만 전가" 지적

지수 급락에 강제청산되는 반대매매 계좌가 속출하면서 금융당국이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시행 주체인 증권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일단 일부 증권사가 의무 비율을 낮추거나 반대매매 시기를 유예하는 등 선제적으로 나섰지만, 대형 증권사 대부분은 업계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는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만큼 증권사 다수가 동참하더라도 실제 내용은 당국의 방향성에만 겨우 맞추는 시늉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짙다. 사실상 '미봉책' 수준인 당국의 조치로 증시 변동성이 완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과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진=비즈니스워치

일부 증권사만 비율완화·청산유예…대형 증권사 "검토만"' 

6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는 이주부터 신용융자를 시행할 때 차주나 시장 상황을 고려해 담보유지 비율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증시 급락에 따른 금융당국의 한시적 조치로 일단 오는 9월까지만 가능하다.

현행 금융투자업(금투업) 규정상으로는 증권사가 신용융자를 할 때 담보가 140%이상 확보돼야 하고, 차주는 증권사가 정한 담보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증거금이 부족해 차주가 이 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반대매매로 시장가에 주식을 강제청산한다. 

그러나 당국의 이번 결정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신용융자에 대한 담보 평가금액의 비율이 140%에 미달하더라도 이를 강제청산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의 '비조치의견서'를 전일 증권사들에 발부했다. 다만 이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 수준으로 결정 권한은 전적으로 증권사에게 있다. 

일단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교보증권은 권고 첫 시행일인 지난 4일 담보비율이 140% 미만인 계좌 중 반대매매 비율이 120~130%인 계좌에 대해 강제청산을 1거래일 유예한다고 밝혔고, 이튿날에는 다올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이 담보비율 140% 미만이더라도 130%를 넘으면 마찬가지로 반대매매를 1거래일 미루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신용융자 시장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증권사들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검토만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금융당국의 권고에 동참하긴 했지만 앞선 중소형 증권사들과 마찬가지로 담보비율이 140%인 계좌 중 반대매매 비율이 130~140%인 계좌에 강제청산을 1거래일 유예하는 것에 그쳤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담보비율 조정은 결국 증권사 리스크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당국이 하자고 해서 바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가뜩이나 건전성 저하 타깃…"신용등급 스스로 깎는 꼴"

'빚투'(빚내서 투자) 리스크가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이들 증권사가 쉽게 움직이지 않는 1차적인 이유로 풀이된다. 현행 구조상 차주가 보유한 종목의 주가가 더 내려가면 증권사가 해당 융자 금액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당국이 증권사 건전성 저하를 주시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증권사들이 이를 반길 리 없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미수금을 보전해주는 것도 아닌데 리스크만 짊어지란 얘기라고 생각한다"며 "증권사들이 분위기를 보면서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증권사 대부분의 리스크가 커졌다"며 "반대매매까지 봐주면 신용등급을 스스로 깎아 먹는 꼴"이라고 밝혔다. 

시장 자율성 측면에서도 이는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금투법상 규정으로 자본시장의 엄연한 '규칙'을 대외 상황을 위시해 깨뜨린다는 것이 정당한지다.

앞서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에서도 이는 묻어났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마친 직후 반대매매에 대한 의견을 묻자 "기본적으로 시장에서의 가격 결정이라든가 흐름은 저희가 영향을 미치기도 어렵고 미칠 수도 없다"며 "특히나 자본시장은 더더욱 그렇기에 반대매매를 어떻게 할(막을) 수단에 대해서는 약간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도 일부 증권사가 반대매매 기한 유예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일시적 조치일뿐이라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코스피가 지수가 폭락하자 증권사가 담보비율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제재를 받지 않게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하고, 기계적인 반대매매는 자제하도록 했다. 이에 주요 증권사들이 이를 따랐고 이후 다행히 지수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관련한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의 강제청산 유예도 코로나19 당시 (이를 시행하고도 이상이 없었다는) 경험에서 나온 것이지, 여기서 더 나아가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이 앞으로 당국의 스탠스에 올라타더라도 보여주기식 시늉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반대매매를 며칠 유보하거나 담보비율을 미미하게 완화하는 것으로 증시가 안정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와 함께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강제청산 위기에 놓인 투자자 대부분은 반대매매를 당하기 전에 스스로 정리하기보다 버티는 쪽을 택한다"며 "증권사가 강제청산을 며칠 유보한다고 증시 변동성이 사그라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환상에 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대매매) 하루 유예가 필요한 상황은 이미 지났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내 증시 위탁매매미수금 대비 반대매매비중은 9.6%에 달했다. 이는 연초(5.3%) 대비 2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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