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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시대, 채권에 덜덜 떠는 증권사들

  • 2022.07.07(목) 16:02

주요 취급상품 RP 등 '금리민감' 초단기 시장서 거래
반년새 국채금리 2%포인트 뛰어 손실 불가피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이상씩 올리는 고금리 기조가 가속화되면서 증권사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이 떨어지는 탓에 보유하거나 운용중인 채권의 평가손실이 급속도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다른 업권에 비해 특히 단기자금조달 비중이 높다.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초단기 금융상품의 조달금리가 뛰면 차환(채권 재발행으로 기존 채권 상환) 리스크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증권사 창구에서 판매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증권(DLS)의 경우도 판매금액에 비례해 의무적으로 채권을 보유해야 하는 만큼 금리에 따라 손익이 갈린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비즈니스워치

석달 만에 작년 이익 60% 순삭…금리 더 뛰는데 어쩌나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가 채권처분이나 평가손실 등으로 낸 채권관련손실은 올해 1분기에만 1조3652억원에 달했다. 작년 한해 채권으로 거둔 이익(2조1639억원)의 60%가량을 한분기 만에 까먹은 셈이다.

1분기 막바지던 지난 3월28일 대표적 시장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2.747%까지 뛰며 2014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연초(1.855%) 대비로는 상승폭이 거의 1%포인트에 이르는 가파른 상승이다. 이렇게 금리가 뛰면 채권값은 떨어지기 때문에 채권 보유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관련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금리상승이 아직 초입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5번에 걸쳐 금리를 올렸는데 인상폭은 모두 0.25%포인트였다. 그러나 이달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부터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사상 처음으로 단행할 것이란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6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6.0% 급등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라서다. 

만약 이달 빅스텝 이후 8월과 10월, 11월 열리는 세 차례의 금통위에서 금리가 0.25%포인트씩만 올라도 연말이면 기준금리가 3%에 도달하게 된다. 나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한·미간 금리가 역전되면 인상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응과 여당 물가특위(물가 및 민생안정특별위원회)의 압박으로 통화정책 측면에서 정책 공조가 요구되고 있다"며 "기준금리는 연말까지 3.00%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총자산 대비 40% 육박한 채권…단기상품 차환 리스크도

그사이 국채금리는 더욱 올라 10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뛴 상태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17일 3.745%까지 치솟으며 2011년 8월4일(3.77%)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3월말보다는 1%포인트가량, 연초 대비로는 2%포인트 가까이 뛴 수준이다. 국고채 1년물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30일 2.981%까지 올라 연초보다 1.6%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이처럼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증권가의 채권 손실규모는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이미 국내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금액(시가평가 대상)은 작년 말 기준 244조1000억원으로 총자산대비 비중이 39.3%에 이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여기서 시장금리가 1~2%포인트 상승하면 적게는 1조600억원에서 많게는 3조3000억원까지 평가 손실이 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증권사 자금조달의 원천인 RP는 금리변동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단기금융시장에 속한다. RP는 증권사가 채권을 담보로 투자자에게 돈을 빌리고 이후 약정금리를 더해 원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엄밀히 말하면 증권으로 분류되지만, 채권을 담보로 자금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면 차환 리스크가 불가피하다. 

이밖에 콜머니와 전자단기사채, 발행어음 등 증권사의 단골 취급상품 모두 단기금융시장에서 거래돼 금리에 매우 민감하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와 마찬가지로 2분기도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큰 폭의 시장금리 상승이 나타났다"며 "증권사들의 채권운용손실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승권 KB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3년물뿐만 아니라 1년물 금리도 지난 2분기 동안만 1.2%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며 "특히 지난달 금리가 급등한 게 증권사들의 이익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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