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리딩 증권사' 탈환에 성공했다. 동·서학개미 이탈과 금리 인상 여파로 올해 2분기 증권사 대부분이 반토막 실적에 그친 와중에 유일하게 2000억원대 순이익을 낸 것이다. 지난해 연간 순익 왕좌를 한국투자증권에 내준 데 이어 전분기 순익 3위에 그친 아쉬움도 함께 털어냈다.
미래에셋증권과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늘 선두를 다투던 한국투자증권은 이례적으로 순위가 하위권으로 크게 밀리며 명성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채권평가손실만 1000억원에 달하면서 분기 순익이 1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최근 사명 변경과 몸집 확대로 사업에 속도를 내 온 하나증권은 1년 만에 순익이 무려 7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해 대형 증권사중 '최하위'의 불명예를 썼다. 트레이딩 부문의 부진과 베트남 BIDV증권에 대한 지분평가 손실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미래에셋 순익 '왕좌' 탈환…한투는 '채권쇼크'
18일 비즈니스워치가 지난해말 기준 자기자본 2조원 이상 10개 대형 증권사의 2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을 분석한 결과 전체 순익은 1조1318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3686억원 대비 52%가량 쪼그라들었다.
증시 자금 이탈과 고금리 기조 속 운용 손실 여파가 상당했다. 소수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실적이 반토막 났다. 또 대형 증권사 절반이 1000억원을 밑도는 분기 순익을 내 호황이던 작년과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가운데에서도 홀로 2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거두며 자기자본 1위 증권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분기 기준으로 작년 3분기와 4분기 한국투자증권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올 1분기에는 메리츠증권에 밀린 '흑역사'도 말끔히 정리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에만 263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6.1% 감소했지만 대형 증권사 평균 순익 감소율이 50%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수준이다. 트레이딩 부문에서의 시장 대응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운용수익으로만 1100억원을 거둬들인 것이 주효했다.
작년 연간 순익 1위 증권사로 분기 실적에서 늘 1·2위를 다투던 한국투자증권은 '어닝 쇼크'를 맞고 8위로 밀려나면서 체면을 구겼다. 한국투자증권의 2분기 순익은 74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68% 급감했다.
전년 동기 1776억원에 이르렀던 운용부문 수익이 별도기준 마이너스(-) 876억원으로 적자전환한 영향이 컸다.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운용 부문에서 1000억원의 손실을 냈고, 환율 변동 여파로 발행 외화채에서 335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수익 증권 등 투자자산 평가손실도 300억원에 달했다.
메리츠 선두권 확고…삼성·NH·키움 '톱5' 굳히기
지난 1분기 실적 선두를 차지한 메리츠증권은 이번 분기 미래에셋증권에 밀려 2위를 기록했지만 선두권에서의 경쟁력은 또다시 확인했다. 메리츠증권의 2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든 1584억원이다. 대형 증권사 중에서 감소폭이 가장 작다.
메리츠증권 역시 운용수익이 같은 기간 무려 1300억원가량(75%) 급감해 다른 증권사들과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부문 비중이 전체 순영업수익의 14%에 불과했던 데다 그보다 전체 대비 비중이 3배 이상 큰 투자은행(IB) 부문에서 1590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벌어들이며 실적을 방어했다. 판매관리비를 1년 전보다 42%, 922억원 줄인 것도 눈에 띈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키움증권은 지난해와 올해 1분기 '톱5'에 이어 2분기에도 3~5위를 나눠가지며 순익 상위권 지위를 확고히 했다. 비록 감소율은 컸지만 모두 순익 1000억원을 넘겼다.
먼저 삼성증권은 2분기 1368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48% 쪼그라든 수준이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별도기준 45% 넘게 감소했고, 운용수익 및 금융수지부문 수익 또한 60% 이상 급감했다.
특히 운용에서는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과 주가연계증권(ELS) 헤지(hedge·위험분산) 비용 증가로 188억원 손실을 냈다. 다만 인수·합병(M&A)과 구조화 금융에서 성과를 내며 인수·자문 수수료만 825억원을 거둔 점은 긍정적이다.
NH투자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1196억원의 순익을 나타냈다. 역시 증시 거래대금 감소와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2분기 브로커리지 수익은 41% 이상 줄어든 993억원, 운용수익은 73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그나마 인수금융과 금융자문, 유상증자 등 IB부문에서 선전해 지난해 2분기보다 41% 이상 증가한 11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키움증권은 분기 순익이 가까스로 1000억원을 넘기며 5위를 지켜냈다. 2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보다 50% 줄어든 1086억원이다. 리테일 사업 비중이 큰 키움증권 입장에서 상황이 좋지는 않다.
운용부문이 적자전환한 가운데 다른 증권사와 다르게 브로커리지와 IB 모두 수익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 리테일 시장점유율은 1년 새 0.7%포인트 상승해 30.9%를 기록했지만, 개인투자자 이탈이 심했던 탓에 관련 수수료 수익은 1704억원으로 17% 넘게 감소했다. IB부문 수익도 같은 기간 25% 줄어든 408억원에 그쳤다.
'부동산 특화' 대신…지주 계열 신한·KB·하나의 굴욕
지난해 2분기 '깜짝 1위 주인공' 대신증권은 부동산 금융 특화 증권사로 도약하는 모습이다. 증권 본업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부동산 관련 수익으로 당당히 순익 6위를 차지했다. 작년 나인원한남 매각 이익에 따른 역기저효과로 2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74% 줄어든 965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분기에도 부동산 관련 일회성 이익은 컸다. 나인원한남 펜트하우스 분양과 유휴부지 매각이익 1044억원, 미국 부동산 분양이익 185억원 등이다. 그러나 2분기 기업공개(IPO) 주관이 2건에 그치면서 IB 수수료 수익은 42% 이상 쪼그라든 158억원을 나타냈다. 또한 채권운용으로 311억원 손실, 주식운용으로는 59억원 손실을 각각 봤다.
지난해 금융지주내 '효자' 역할을 했던 계열 증권사들은 부진이 두드러졌다.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하나증권이 모두 실적 하위권에 자리했다. 특히 하나증권은 순익이 100억원대까지 내려가 일부 중형 증권사보다도 장사를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신한금융투자는 2분기 846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이상 감소한 수치다. 브로커리지 수익이 800억원으로 36%가량 쪼그라들었고 자기매매 수익 또한 61% 넘게 급감했다. 다만 IB 수익은 66% 이상 증가한 7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3월 김상태 전 미래에셋증권 IB총괄 사장을 GIB(글로벌투자금융) 총괄 각자대표 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IB에 힘을 실은 결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지주 계열 증권사인 KB증권도 실적 부진의 파고를 피하지 못했다. KB증권의 2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한 701억원으로 집계됐다. 상품운용수익이 -384억원으로 적자전환됐고, 브로커리지 수익 또한 38% 이상 축소돼 1005억원에 그쳤다. 이 증권사 역시 IB 수익은 1189억원으로 31% 넘게 확대됐다. 주식자본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 리그테이블에서 모두 1위를 수성한 결과다.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모두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리딩 뱅크' 경쟁구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분기 1조3204억원의 순이익을, KB금융그룹은 1조3035억원을 냈다. 상반기 전체로는 KB금융 2조7566억원, 신한금융 2조7208억원이다. 상반기 기준 KB금융이 358억원 차이로 '리딩 뱅크' 자리를 차지했다. 보험 계열사 순익에서 KB금융이 2배 이상 앞선 게 주효했다.
하나증권은 2분기 순익이 196억원에 그쳐 대형 증권사 가운데 가장 낮은 자리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대비 순익 감소율은 85%를 웃돌았다.
트레이딩 부문에서의 손실액만 1244억원에 달했다. 앞서 사들인 베트남 BIDV증권 지분에서 난 평가손실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증권가가 추정한 관련 손실금액만 600억~700억원 수준이다. 하나증권은 앞서 지난 4월 BIDV증권 지분 35%를 1420억원에 인수해 2대 주주에 오른 바 있다.
동시에 하나증권은 IPO 종목 의무보유 지분에서도 600억~700억원의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BIDV증권 및 IPO 관련 손실은 연말에 재조정 기회가 있어 일회성 손실로 볼 수도 있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