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주는 방안을 확정했다. 국정과제의 세부 추진 사항으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최근 석달간 당국이 시장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논의를 통해 내놓은 최종안이다.
다만 이번 방안에는 매수청구권 산정 기준이 포함되지 않았다. 자칫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갑론을박이 있던 신주 우선배정 방안의 경우 보류됐다.
물적분할 이전 주가로 엑시트 가능…산정기준은 불명확
4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와 공동으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를 골자로 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공개했다.
물적분할은 분할되는 모회사가 신설되는 자회사의 주식을 전부 가져가는 기업분할 방식이다. 그러나 그간 국내 많은 기업은 핵심 사업부문을 분할후 자회사로 다시 상장시켜 일반주주들의 주주권 상실과 주가 하락이란 피해를 안겼다.
금융당국은 이에 물적분할 전·후 및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3가지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상장기업 주주가 물적분할에 반대하면, 기업에 주식을 매수해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 즉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반대한 주주들은 물적분할 이전 주가로 주식을 팔 수 있다. 쉽게 말해 '엑시트'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매수청구권의 가격 산정 기준은 앞서 금융위의 새정부 업무보고 내용처럼 이번에도 모호한 채로 남았다. '얼마에 팔 권리'를 주느냐가 매수청구권의 관건인 점을 감안할 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물론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이 가격이 주주와 기업간 협의로 결정하게 돼 있다. 협의가 안 되면 이사회 결의 전 △2개월 △1개월 △1주일간 각각 가중산술평균한 가격을 적용한다. 여기서도 의견이 갈리면 법원에 매수가격 결정 청구를 해야한다. 이처럼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는 데도 명확한 기준이 없어 그간 시장에서는 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물적분할 상장심사도 강화…신주 우선배정은 빠져
금융당국의 이번 방안에는 기업의 물적분할 추진 사유와 상장계획, 주주보호방안을 상세하게 공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는 물적분할과 관련한 공시 의무가 없어 일반주주는 판단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매각, 구조조정, 상장 등 물적분할의 구체적인 목적과 기대효과, 주주보호방안을 기업이 이사회 의결이후 3거래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 특히 자회사 상장이 예정된 경우는 주요 일정 등을 상세히 밝혀야 하고, 상장계획이 변경되면 정정공시해야 한다.
상장심사는 강화된다. 기업이 물적분할을 한 이후 5년 이내 자회사를 상장시키려 한다거나, 거래소가 모회사의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이 미흡하다고 판단할 경우 상장은 제한된다. 앞서 물적분할을 완료한 기업이라도 분할후 5년이 안 됐다면, 이번에 강화된 방안이 소급 적용된다.
이들 방안이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공시 서식과 거래소 상장기준 개정은 내달까지 완료하고, 주식매수청구권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은 오는 5일 입법예고해 가급적 연내에 마무리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논란이 거셌던 신주 우선배정 방안은 일단 제외됐다. 물적분할 이전 일반주주가 입은 피해를 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때 보상하는 방식인데 대상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에서다.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물적분할 관련 태스크포스(TF)와 간담회, 정책세미나 등에서 신주 우선배정은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려고 한다"며 "정책효과를 면밀히 살펴보고 추후 필요하면 추가적인 주주 보호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