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자본시장 대수술 방안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규제 혁신과 신뢰 회복이란 기조 아래 물적분할 제한부터 상장폐지 단계 세분화, 공매도 제도 손질 등 시장의 뜨거운 감자에 대해 연일 개혁방안을 내놓고 있다.
다만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당장 동학개미들의 공적이 된 공매도 제도는 과열종목 확대가 시사됐지만 시장의 요구와는 온도 차가 있다. 물적분할 제한과 관련해서도 신주 우선배정을 두고 부작용이 따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연일 세미나·간담회…"5개월 내 승부 본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부쩍 속도를 내는 정부의 자본시장 분야 국정과제는 투자자 신뢰 회복에 방점이 찍힌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일반주주 보호 △내부자거래 시장규율 강화 △공매도 제도 합리화 △주식 상장폐지요건 정비 △불공정거래 대응 강화 △회계투명성 제고 등 6개 분야와 규제개혁을 위한 △혁신·벤처기업 성장 마중물 제공 △디지털증권(증권형 토큰) 투자 규율 등 2개 분야로 총 8개다.
이는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의 110대 국정과제에 그 얼개가 담긴 바 있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해 공개 세미나와 업계 의견수렴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출범시키면서 자본시장 인프라 정비를 공식화했고 26일에는 자본시장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또 한 차례 의견을 들었다. 오는 9월부터는 2~3주 간격으로 릴레이 세미나 또한 예정돼 있다.
일단 이들 8대 과제를 연내 모두 추진한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와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려고 한다"며 "자본시장 정책 방향에 대한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장 신뢰 회복은 새 정부 자본시장 분야 국정과제의 첫번째 목표로 제시될 만큼 강조되고 있다. 내부자거래 차단 방안과 상장폐지 단계 세분화가 물적분할이나 공매도 제도 손질만큼이나 중대한 과제로 대두된 것에도 이는 잘 드러난다.
먼저 내부자거래의 경우 그간에도 꾸준히 문제가 지적됐지만 작년 12월 카카오페이 임원진의 '스톡옵션 먹튀' 사건으로 자본시장의 뜨거운 화두가 됐다. 당시 류영준 전 대표 등 임원진은 스톡옵션으로 받은 자사주 44만여주를 대량 매도해 일반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스톡옵션 행사로 취득한 주식도 상장 이후 반년간은 매도할 수 없게 올해 3월 제도를 손봤는데, 그에 더해 내부자 주식거래계획을 사전에 제출하게 하는 방안을 추가로 추진할 방침이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미국 증권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정 144'다. 이 규정에 따르면 기업의 지배권 관련 주식의 장내 매도는 석달간 △발행주식 총수의 1% 또는 △직전 4주간 평균 주간거래량 중 큰 경우로 제한된다.
주식 양수도 방식의 인수·합병(M&A) 문제도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등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단지 거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일반 소액주주는 경영권 변동 정보를 알 수 없어 불공정거래라는 비판에서다.
상장폐지 단계 세분화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수익성 등 상장 지속성이 있으면 상장폐지되지 않게 요건을 강화하고 단계를 더 세분화해 관리종목 지정, 장외거래소로 이관 등 상장폐지 전단계 관리체계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 역시 상장폐지 결정에서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이의신청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실효성엔 의문…거세지는 '갑론을박'
정부의 이 같은 자본시장 대수술의 방향성을 두고선 의견이 분분하다. 방안은 제법 구체화됐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시장에 만연한 탓이다. 특히 공매도와 물적분할 제도 손질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금융당국이 그 어느 때보다 의견 수렴에 품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먼저 공매도의 경우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비중이 높은 과열종목의 공매도를 일시 정지하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확대를 언급했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다.
현재는 코스피 종목 주가가 5% 이상 하락하고, 공매도 금액이 6배 이상 증가해야 다음 거래일 하루 간 공매도가 금지된다. 이 기준을 보다 낮춰 공매도 제한폭을 넓힌다는 게 당국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낙폭을 현행 5%가 아닌 4% 또는 3% 정도로, 공매도 금액 증가도 6배 이상이 아닌 5배, 4배 정도로 낮추는 식이다. 또한 공매도를 위한 주식 차입 때 요구되는 담보비율은 개인투자자(140%)의 비율을 높여 기관(105%)과의 차이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미 국내 증시가 약세장에 들어선 만큼 시장에서는 현행 제도의 부분 손질이 아닌 공매도 금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공매도 담보비율 역시 개인의 비율 확대가 아닌 외국인과 기관의 비율 축소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개인투자자들의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의 담보비율을 140%로 변경할 것을 개선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안희준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매도 시장에서 다수의 개인은 주로 매수를, 소수의 외국인과 기관은 주로 매도를 한다"며 "이는 완전경쟁시장이 아니라는 뜻으로, 공매도의 순기능과 부작용과 관련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도와 현실 간 괴리를 좁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과 관련해서도 당국은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신주를 우선배정할 대상 기준을 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자회사 공모가를 산정할 때 가격 발견 기능을 저해하는 등 부작용이 만만찮다는 우려에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신주 우선배정에서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가장 최근의 자본시장 정책 의견수렴 자리였던 자본시장 민간전문가 간담회에서도 김 부위원장은 "도입 여부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와 추가 검토를 아직 진행하고 있다"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