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 경영권 분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경영권 분쟁 이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의 기술이 곧 대한민국 기술안보'라고 강조하며 경영권을 지켜 달라 국민에게 호소했다. MBK는 26일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격을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리는 강수를 뒀다. 최윤범 회장도 이에 맞서는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끝은 결국 양측에서 누가 이사선임권을 쥐는 과반 지분을 쥐느냐에 달렸다. 이 과정에서 분쟁을 주도하고 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한화‧LG화학‧한국투자증권 등도 거론하며 비판에 나섰다. 특히 한화는 최윤범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회동까지 했다다는 보도가 나오는 만큼 구두협의 내용에 따라 의결권 공동행위자로 인식돼 5%룰 공시위반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즉 한화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이 최윤범 회장의 우호지분이 확실하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이하 자본시장법)상 공동행위자로 볼만한 여지가 있다면 최윤범 회장과 함께 지분을 묶어 공시하지 않은 것은 공시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 특수관계 47곳…장형진 고문은 '공동보유자' 제외
자본시장법 제147조는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대량보유자 본인 및 특별관계자가 보유한 주식 등(보통주, 전환사채 등을 포함)의 합계가 발행 주식 총수의 5% 이상이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라는 제목으로 공시를 해야 한다. 일명 '5%룰'이라고도 한다.
제도의 취지는 명확하다. 투자자 및 경영권 경쟁자에게 지배권 변동 가능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증권시장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즉 회사 주식을 누가 많이 갖고 있는지(대량보유자), 대량보유자와 뜻을 같이 하는 투자자는 누구인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5%공시를 같이 해야하는 특별관계자는 다시 특수관계인과 공동보유자로 나뉜다. 특수관계인은 대량보유자의 배우자, 6촌이내 혈족, 대량보유자가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회사의 임원, 법인 등이 해당한다.
가장 최근 올라온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보면 최 회장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율은 1.84%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과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47명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더한 범(凡) 최회장 지분으로 볼 수 있는 지분율은 15.65%로 늘어난다.
본래 최윤범 회장의 특별관계자에는 ㈜영풍 및 영풍의 장형진 고문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최대주주인 ㈜영풍의 지분을 포함해 범 최윤범 회장 지분은 무려 48.78%에 달했다.
하지만 이번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서 영풍 및 장형진 고문 등의 지분은 범 최윤범 회장 지분에서 제외됐다. 정확히는 공동보유자에서 빠진 것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동보유자란 대량보유자와 합의 또는 계약에 의해 △주식을 공동으로 보유하기로 약속하거나 △서로 주식을 양도 또는 양수는 행위를 하거나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한 경우에 공동보유자로 분류한다.
경영권을 두고 극한의 대립을 하는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과 영풍 및 장형진 고문이 더이상 '공동보유자'가 아닌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대신 장형진 고문은 5% 공시상 MBK파트너스와 '공동보유자' 관계가 새롭게 설정됐다.
한화 등 최윤범 회장 우호지분…5%룰 위반?
문제는 이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최윤범 회장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한화, 현대차, LG화학 등의 지분을 최 회장의 새로운 공동보유자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화 및 현대차, LG화학 등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공동보유자로 보기 위해서는 꼭 문서로 된 합의서뿐만 아니라 구두로 진행한 합의도 공동보유자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금감원 공시국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공동보유자 개념은 공동보유자로 볼 수 있는 명확한 입증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이때 입증은 문서나 구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윤범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서로 회동을 했다는 언론의 보도만으론 공동보유자 인정이 불가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도 모르고 회동이 공동보유자 합의로까지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언론의 회동 보도만으로는 공동보유자 인정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화, 현대차, LG화학 등 최윤범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하는 법인들이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더라도 이를 사실상 공동보유자로 해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동보유자라는 구두, 문서 등의 명확한 입증이 가능해야 인정이 가능한 만큼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공동보유자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