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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고려아연 '쩐의 전쟁' 뛰어든 증권사에도 경고

  • 2024.09.30(월) 11:55

금감원 고위관계자, 증권사 신용공여 문제도 지적
"신용공여하는 증권사도 적법한 절차 거쳐야" 강조
NH, MBK에 자금조달…한투, 고려아연 백기사 가능성
비방전 이어가는 양측에...금감원 '시장질서 교란' 언급도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날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는 고려아연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지난 29일 '자중하라'는 멘트를 날렸다. 하지만 고려아연과 MBK는 금감원의 당부사항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며 서로에 대한 비방전을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이 고려아연과 MBK에 자금을 대는 증권사에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신용공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을 빌려주는 것은 증권사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적정선을 지키지 않는 과도한 신용공여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30일 "자금을 공여하는 증권사라면 내부심의절차, 리스크위원회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증권사들은 반드시 적법한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치열해진 경영권 분쟁…늘어나는 비용 

현재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성공을 위해 다각도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MBK는 지난 13일 금감원에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으로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1조9898억원, 영풍이 66억원을 조달한다고 공시했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마련한 공개매수 자금 중 1조4906억원은 NH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돈이다.  

이후 지난 26일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리면서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2조2612억원, 영풍은 75억원으로 공개매수 자금 규모를 늘렸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영풍으로부터 3000억원의 자금을 빌려 공개매수에 추가 투입했다. 이 자금의 출처 역시 영풍이 NH투자증권으로부터 돈을 빌려 마련한 자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실상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것으로 보이는 NH투자증권은 MBK가 기업인수 때 빌려준 인수금융 약 5800억원어치를 인수 후 재매각(셀다운, Sell down)했다.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MBK에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실탄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다만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일반적인 북(Book, 투자한도관리)관리 차원이며 MBK에 돈을 빌려주기 위해 셀다운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공개매수 당사자인 고려아연 역시 MBK에 대항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먼저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만기 6개월, 연 3%대 금리로 4000억원의 기업어음(CP)를 발행했다. 

아울러 메리츠금융그룹이 최윤범 회장 일가 또는 고려아연이 세우는 특수목적법인(SPC)에 3000억원을 대출해주는 방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한국투자증권, 베인캐피탈,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한화 등 고려아연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내 대기업 등이 최윤범 회장의 대항공개매수를 위한 백기사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금감원 "증권사 신용공여도 적정선 지켜야"

이처럼 고려아연 경영권분쟁이 '쩐의 전쟁' 양상을 보이면서 증권사들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역시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자기자금이 없는데도 담보를 많이 받아 돈을 빌려준다면 결국 담보 실행시 주가는 빠질 것"이라며 "신용공여를 할 때 증권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인지, 적정선에서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최윤범 회장의 대항공개매수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매수주체가 가진 자금이 제로인데 증권사가 자금 전부를 대고 공개매수를 한다면 전부 타인자금으로 주식을 산다는 의미"라며 "이 역시 증권사 내부에서 적정한지 판단하는 내부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고려아연과 MBK의 경영권 분쟁이 과열되는 분위기에서 증권사들이 이에 뛰어드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과열 분위기 속에서 어느 증권사에선 1조원을 대출 받고 어디선 2조원을 대출받는 등의 모양새는 과열을 키우는 요소가 된다"며 "증권사 자체도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질서를 지킬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방전 양상에 금감원 '시장질서 교란' 재차 경고 

한편 지난 29일 이복현 원장은 이틀 전에 가졌던 부원장회의 내용을 뒤늦게 공개하며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경쟁과열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면서 "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자본시장 신뢰를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근거 없는 루머 및 풍문 유포 등 투자자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오해를 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면밀히 시장감시를 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복현 원장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공정거래를 발견한다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당부에도 고려아연과 MBK는 서로에 대한 비방전을 멈추지 않았다. 

MBK는 "금감원의 당부사항들을 유념하고 준수하겠다"면서도 "MBK가 중국계 펀드이며 고려아연 공개매수 성공시 중국에 기술을 유출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등은 즉각 중돤 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고려아연도 입장문을 내고 "금감원 당부사항에 깊이 공감하며 기습적으로 공개매수를 선언하고 공개매수가격을 상향하는 등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시장의 불안을 야기 하는 행위들은 더 이상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비방전에 대해 금감원은 지속적인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절차대로 공개매수를 하면 되지 상대를 비방하고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하는 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며 "현재까진 불법을 포착해 조사해야 할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 이뤄지고 있는 비방전이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자중하라는게 금감원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카카오의 경우 시세조종으로 주가에 직접 개입한 게 문제가 된 것이지만, 이번에는 서로 양쪽 비방이나 여론전으로 주가에 영향을 줄 만한 요인이 생겨 시장을 교란하는 부분이 있다"며 "시세조종까지는 아니더라도 허위 또는 과장, 풍문 유포 등으로 시장질서 교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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