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업계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최근 치열해진 국내 커버드콜 ETF 시장을 겨냥해 '경쟁적인 목표 분배율 높이기'는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과열 경쟁으로 시장 규모가 절반으로 쪼그라든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분배율 경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부사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커버드콜 상품이 우후죽순으로 상장하고 있다"며 "'국내 커버드콜 ETF 시장이 일본의 과거사례를 따라가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일본 시장에 월분배 ETF가 1997년 처음 도입돼 우리나라 돈으로 400조원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며 "심지어 월분배형 ETF가 전체 펀드 시장의 70% 가까이 구성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는데 운용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 규모가 반토막이 났다"고 지적했다.
이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1일 상장하는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데일리커버드콜 ETF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지며 커버드콜ETF 시장 내 과열 경쟁을 언급했다.
작년 8월 커버드콜 ETF가 인기를 끌면서 개인 매수가 확대되자, 금융감독원은 소비자경보를 발령해 제동을 걸었다. 당시 운용사들이 상품명에 'N%(목표분배율)+프리미엄'을 명시했는데, 투자자들이 이를 확정 수익률로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운용사들은 당국의 지침대로 명칭 변경에 나섰다. 일례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미국배당+3%프리미엄다우존스'의 상품명을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1호'로 바꿨다.
그러나 이후에도 여전히 운용사간 분배율 전쟁은 진행 중이다.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커버드콜ETF의 평균 목표율은 10% 수준이었지만 최근(2024년 하반기 기준)엔 이 수치가 16%로 급상승했다. 'TIGER 미국AI빅테크10타겟데일리커버드콜'은 연 15%을 추구하며,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나스닥100데일리커버드콜OTM’은 연 20%를 목표로 잡고있다.
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상품의 분배율을 높이기 위해 '기초자산 수익률이 향상했는가' 혹은 '옵션 전략이 개선됐는가' 등 질문에 답을 주지 못하는 상품이 분배율을 높였다는 점에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일본에선 운용사간 경쟁이 심화되다보니 월지급식 상품 1100개 중에서 30%에 해당하는 펀드가 분배금 전액을 투자금 원본에서 차감했다"며 "설정된 현금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사는게 아니라 분배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 들어온 투자자들 돈을 받아 기존 투자자들에게 풀어주는 폰지사기에 준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커버드콜 ETF의 장기적 성과를 위해선 적정 분배율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배당다우존스 지수에 투자하는 12%, 15%, 20%짜리 월 분배형 상품의 투자원금을 비교해보면, 12%짜리가 원금 지속 가능성이 가장 높다. 반면, 20% 분배 상품은 투자원금이 줄어든다.
이 상무는 "적정 분배율을 지급하는 것은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하다"며 "이번 상품은 13.5%의 분배재원이 있지만 분배율을 12%로 맞춘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TIGER ETF는 과잉 분배율 경쟁에 결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오늘 약속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새롭게 상장하는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데일리커버드콜 ETF는 '슈드(SCHD)' 기초지수로 잘 알려진 '다우존스 미국 배당 100' 지수를 추종한다. 이 상품은 데일리 커버드콜 전략으로 옵션 매도비중을 10%까지 줄여 연 최고 12%의 배당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분배 시기는 매월 1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