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분할 금기어' 솔루엠...RCPS 조달자금 어디에 쓰나

  • 2025.11.27(목) 07:30

RCPS 자금 1200억 중 290억 운영자금·타법인 지분취득
남은 900억 은행에 예금...회사 측 "27년까지 사용할 것"
애초 분할시 지분매입 관측도...남은 900억 사용처 관심

전성호 솔루엠 대표이사

코스피 상장사 솔루엠이 지난 6월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으로 확보한 1200억원 자금 사용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회사는 RCPS를 발행해 지분율이 낮은 최대주주의 우호지분을 형성하고, 확보한 자금을 핵심 사업인 전자식 가격표시기(ESL) 사업 확장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솔루엠은 공시를 통해 RCPS로 확보한 자금 1200억원을 2027년까지 운영자금 등으로 나눠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미 약 300억원을 사용했고, 이 가운데 89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에 썼다. 

일각에서는 솔루엠이 애초에 RCPS로 자금을 조달한 이유가 분할 이후 지주회사로 남을 솔루엠이 ESL사업회사의 지분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분할 작업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남아있는 RCPS 자금을 어떻게 쓸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기업가치 높여야 주주가치 희석 방지

솔루엠이 지난 14일 제출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솔루엠은 올해 6월 발행한 RCPS를 통해 총 1198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RCPS를 총 2개로 나눠 발행했고 각각의 자금규모는 1027억원, 171억원이다. 

앞서 전성호 솔루엠 대표는 지난 4월 미디어데이에서 RCPS를 발행해 회사 사업에 투자자금으로 활용하고, 지분율이 낮은 최대주주의 우호지분으로도 활용해 경영권을 방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RCPS 투자사들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최대주주인 전성호 대표도 콜옵션을 확보해 저가에 지분을 추가 취득할 기회를 얻었다. 해당 콜옵션은 내년 7월 4일부터 행사 가능하다. 해당 RCPS의 신주발행가격은 1만7108원으로 현재 1만7000원대인 솔루엠 주가와 유사하다. 만약 전성호 대표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내년 7월께 솔루엠 주가가 지금보다 더 올라가면 전 대표는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지분을 늘릴 수 있다. 

RCPS가 최대주주 지배력 유지에 쓰이는 점도 있지만, RCPS를 통해 확보한 약 1200억원의 자금을 회사가 어디에 쓸지도 중요한 지점이다. RCPS는 주식으로 전환 시 신주를 발행해야 하는 만큼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RCPS를 통해 발행한 자금을 최대한 회사 가치를 높이는데 써야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을 보완할 수 있다. 

솔루엠은 확보한 자금 1200억원 중 290억8200만원을 올해 3분기까지 이미 사용했다. 이 중 201억7700만원은 운영자금에 사용했고, 89억원은 정확히 어디에 썼는지 알 수 없는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지출했다. RCPS자금 일부 타법인 증권 취득

솔루엠 관계자는 "RCPS를 발행할 때 올해 250억원을 운영자금에 쓰겠다고 밝혔고 실제 201억원을 운영자금에 썼다"며 "운영자금은 베트남, 인도 등 주로 해외법인에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RCPS발행 당시 솔루엠은 △ESL 해외 판매 네트워크 확대 △ESL 관련 우수인력 확보 △신규 생산법인 설립 및 설비투자 △베트남, 멕시코 생산법인 설비투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201억원을 해외법인 운영자금에 쓴 것은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해외법인에 어떤 목적의 운영자금으로 썼는지 확인은 어렵다. 

아울러 89억원을 쓴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회사는 "구체적인 지분취득 회사이름은 대외비라 밝힐 수 없다"며 "다만 해외지분투자에 자금을 썼다"고 설명했다. 

공시 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솔루엠의 지분투자 내역은 6곳이다. 솔루엠은 지난 9월 30일 하루에만 모두 6곳의 비상장회사에 사업 확장을 이유로 지분투자를 했다. 솔루엠이 투자한 회사는 △비트스 △아이스트코리아 △와이스타씨엔에스 △와이스타에셋 △와이스타이엔씨 △스탠다드에너지다. 

솔루엠은 비트스, 아이스트코리아, 와이스타씨엔에스, 와이스타에셋, 와이스타이엔씨는 무상취득했다고 밝혔다. 솔루엠 반기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무상취득한 종속기업투자주식은 자산수증이익(33억원)으로 인식했다. 

이 가운데 비트스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 곳으로 경기도 용인시 솔루엠 본사에 입주해 있는 회사다. 와이스타씨엔에스는 건물관리업체, 와이스타에셋은 부동산 개발업체, 와이스타이엔씨는 건축공사업체다. 이들 회사는 솔루엠 오너일가의 내부거래 의혹이 불거졌던 곳이기도 하다. 솔루엠 관계자는 "해당 법인들에 대한 지분취득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솔루엠은 또 9월말 스탠다드 에너지 지분 1만1290주를 40억원에 취득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업무협약을 맺은 에너지저장장치(ESS)회사다. 

솔루엠 상환전환우선주(RCPS) 자금사용 계획. 나머지 200억원에 대한 사용계획은 밝히지 않음.

분할 사실상 무산...남은 900억 어떻게 쓸까

솔루엠은 RCPS로 확보한 자금 약 4분의 1을 사용한 상황이다. 회사는 남은 906억7400만원을 정기예금에 넣어둔 상태다.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등 발행으로 자금을 확보한 기업들이 해당 자금을 잠시 예금에 맡기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실제 올해 초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증자로 확보한 약 3조원의 자금을 정기예금 등에 넣어뒀다. 향후 자금 사용계획 일정에 맞춰 돈을 써야하기 때문에 현재는 일시적으로 예금에 넣어둔 것으로 보인다. 

솔루엠도 RCPS를 발행하면서 2025년부터 2027년이후까지 단계적으로 돈을 운영자금에 쓰겠다고 밝혔다. 2025년에는 250억원, 2026년 500억원, 2027년 이후 248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다만 솔루엠은 RCPS 발행당시에도 1200억원 자금 중 998억원을 운영자금에 쓰겠다고 했고, 200억원 가량의 자금에 대한 사용처는 아무런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솔루엠 관계자는 "타법인 취득 자금은 언제 얼마에 회사지분을 인수할지 계획하기 어려워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솔루엠은 올해 7월 한국거래소 조회공시 답변에서 '분할계획은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솔루엠이 애초 RCPS를 발행한 이유가 기업분할시 필요한 자금을 염두한 것이란 이야기도 여전하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솔루엠이 RCPS로 확보한 자금 900억원을 예금에 넣어두고 있는데 솔루엠 내부에선 이를 '파킹해뒀다'고 표현한다"며 "솔루엠은 애초 분할 이후 지주회사가 ESL사업회사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RCPS를 발행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분할설이 나오던 당시 IB업계에서는 솔루엠이 분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분할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등과 접촉했다는 이야기도 파다한 상황이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솔루엠이 4월에 승계를 하지 않는다고 했었지만 이미 RCPS는 분할을 위해 발행을 한 것으로 안다"며 "RCPS에 투자한 증권사(신한·하나)들도 ESL사업 분할 계획을 알고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솔루엠이 RCPS로 확보한 자금으로 분할 후 ESL사업회사 지분을 추가 취득한다면 '최대주주지주회사ESL사업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도를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분할'이란 단어 자체가 금기시된 상황이고, 그래서 솔루엠이 RCPS로 확보한 자금을 어디에 사용해 기업가치를 높일지 더욱 관심이다. 이와관련 솔루엠 관계자는 "RCPS자금은 공시한 일정대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