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전성시대다. 국내 ETF 시장 규모는 1년 만에 200조원 이상 급증했다. 전통적인 간접투자 수단인 주식형 공·사모펀드를 합친 규모보다 크다. 국내증시 활황과 개인투자자 결집이 만들어낸 결과다. 다만 모든 성장에는 그늘이 있다. 단기투자 확대에 따른 변동성, 불어난 덩치에 걸맞지 않는 운용사 시스템, 과열되는 보수·마케팅 경쟁 등이 바로 ETF 성장의 그늘이다. [편집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달 22일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국내 자산운용사는 대형사 중심으로 상품 출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사에 자금이 몰리는 ‘쏠림 현상’ 및 보수·마케팅 경쟁 과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예고된 대형사 쏠림 현상의 연대기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 8곳이 삼성전자 또는 SK하이닉스 기반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또는 인버스(기초지수 수익률을 반대로 추종) ETF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모두 ETF 순자산총액 기준 시장점유율 1~10위 안에 들어가는 중대형 운용사들이다.
특히 대형 운용사는 레버리지 ETF 중심으로 상품 출시 계획을 짜고 있다. 반면 중소형 운용사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경쟁에 한동안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지수펀드증권 심사 기준’에 따르면 레버리지 ETF 운용사는 ETF 및 레버리지 관련 펀드를 1년 이상 운용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ETF와 레버리지 펀드 운용 경험이 풍부한 운용사는 대체로 중견급 이상이다. 더불어 상품 구조가 전반적으로 비슷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특성상 상장 초기에 투자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순자산 확대에도 대형 유동성공급자(LP)를 확보한 대형 운용사가 유리하다.
LP는 금융상품의 원활한 매매를 위해 매도와 매수 호가를 계속 제시하는 시장 참가자를 말한다. ETF LP는 상품 상장 초기에 매수와 매도 호가를 제시해 유동성을 공급한다. 즉 ETF LP가 대형이면 상장 초기에 유동성이 많이 들어와 빠른 순자산 성장을 뒷받침할 여력도 커진다.
지수 기반 레버리지 ETF 시장이라는 선례도 있다. 국내증시에 상장한 지수 기반 레버리지 ETF 48종 중 순자산총액 1~10위 상품은 ETF 시장점유율 1위 삼성자산운용과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싹쓸이했다. 20위까지 넓혀도 점유율 1~9위 운용사밖에 없다.
이런 대형사 쏠림 현상은 중소형 운용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중소형 운용사가 ETF 시장에서 힘을 잃으면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ETF 상품군도 중장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견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레버리지 ETF는 보통 단타 매매 투자자가 선호하는 만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역시 초기 유동성 경쟁이 강하게 일어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대형 운용사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 상황이 거듭 입증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제 살 깎아 먹는’ 보수·마케팅 경쟁 우려도 커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에서 대형사 쏠림 현상이 일어나면 비교적 몸집이 작은 다른 운용사는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상품 구조 차별화가 쉽지 않다. 결국 보수 인하나 마케팅 확대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운용사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운용보수를 연 0.01%로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말도 나돈다. 운용보수가 0.01%라면 어떤 투자자가 ETF에 1억원을 투자했을 때 운용사가 얻는 보수는 1만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특정 유형의 ETF에 투자자가 몰리면 보수 인하 경쟁이 일어난 선례는 이전에도 많다. 한 예로 미국증시 기반 ETF 인기가 많던 2025년 상반기에 삼성·미래에셋·KB·한투운용은 미국 대표지수 기반 ETF 보수를 잇달아 낮췄다.
그런데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 수익률 2배 추종이라는 특성상 패시브 ETF임에도 운용역의 변동성 관리 역량이 중요한 만큼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지수 기반 레버리지 ETF의 총보수도 연 0.4~0.7% 정도로 패시브 ETF의 0.03~0.1%보다 높은 편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레버리지 ETF는 보통 단타 매매 투자자가 선호하는 만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역시 초기 유동성 경쟁이 강하게 일어날 것"이라며 "상장 초기에 어떤 상품의 순자산과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지가 투자자의 눈길을 끌 관건"이라고 말했다.
ETF 보수 인하 경쟁이 벌어지면 투자자는 수수료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다만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져서 버틸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형 운용사가 무너지면 결과적으로 투자자가 선택 가능한 상품군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여기에도 나타난다.
ETF 마케팅 경쟁 역시 한층 달아오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ETF 순자산이 최근 4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과정에서 운용사의 광고 및 홍보도 대거 늘어났는데, 이 과정에서 투자 위험성 설명 누락이나 허위·과장 표현 사용 등의 문제가 빈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촉발할 보수 인하 또는 마케팅 과열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국내 운용사에 보낸 지침에서 운용사가 신규 ETF 출시 또는 기존 ETF의 보수 인하를 추진한다면 사전협의 단계부터 보수 수준을 보겠다고 밝혔다.
마케팅 경쟁과 관련해서도 최근 금융투자협회 및 증권·자산운용사,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발족한 금융투자회사 광고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실태 점검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를 기반으로 금감원은 금융투자회사 광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인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의 상황도 여기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