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젠 등 신흥 운영체제(OS)가 모바일 시장을 요동치게 할 수 있을까. 삼성과 인텔 등 쟁쟁한 정보기술(IT) 강자들이 뛰어든 만큼 구글-애플 양강 체제를 깨뜨릴 만한 파급력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선 섣부르게 예단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앞서고 있다.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 모바일 세계에 과연 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고, 구글과 애플 등 기존 강자들이 가만히 앉자 있겠느냐란 것이다.
타이젠과 같은 신흥 OS는 혜성처럼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플랫폼이 아니다. 이들 OS는 이미 무대에 한차례씩 올랐으나 대부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타이젠은 삼성전자의 바다와 노키아+인텔의 ‘미고’ 등 기존 플랫폼들의 통합판이고, 모바일 파이어폭스는 인터넷 브라우저의 변형판이다. 세일피쉬는 노키아에서 미고 개발에 참여했던 직원들이 새로 회사를 차려 만든 것이고, 우분투는 이미 PC용으로 나와 미국 델과 중국 레노버가 만든 단말기에 사용되고 있다.
삼성전자 바다의 경우 지난 2009년 첫선을 보인 이후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다른 OS들도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한번씩 쓴맛을 본 OS들이 뭉치고 변형된다고 해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느냐란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신흥 OS의 시장 영향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타이젠의 경우 삼성과 인텔이 주도하고 있어 신흥 OS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ABI리서치는 타이젠이 경쟁 OS 우분투와 파이어폭스를 제치고 연내 5위 모바일 OS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이젠은 회원사들을 빠르게 확보하는데다 삼성전자 등 주요 제조사들이 참여하고 있어서다.
반면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타이젠은 0.04% 시장 점유율에 그칠 것으로 봤다. 타이젠을 비롯한 신흥 OS는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 앱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해 실제로 힘을 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신흥 OS가 기존 강자들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지도 문제다. 현재 구글과 애플은 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3월 안드로이드를 총괄하는 앤디 루빈 수석부회장 후임으로 PC전용 OS '크롬'을 담당한 선다 피차이 수석 부사장이 선임됐다.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빈 대신 크롬 담당자를 내세우는 것은 PC와 모바일 연계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지난 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발자 대회(WWDC)를 열고 신형 OS 'iOS7'을 선보였다. iOS는 편의 기능이 강화되고 디자인도 새로워져 해외 IT 전문 매체 등에서는 "혁신적인 변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iOS7은 아이폰의 등장 이후 가장 큰 변화"라고 자평할 정도다.
안드로이드와 iOS 외에도 지금의 OS 시장에는 노키아 ‘심비안’과 블랙베리(구 리서치인모션)의 블랙베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모바일 등이 버티고 있다. 이들은 비록 3~5위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수년 전만해도 시장을 주름잡았던 플랫폼이다. 심비안은 5년 전인 지난 2008년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휴대폰이나 스마트폰 업계에서 '넘지 못할 산'으로 여겨졌다. 당시 RIM의 블랙베리(약 20%)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모바일'(약 12%)도 상위권에 포진한 바 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여러 업체들이 연합해 추진할 경우 각자의 이익이 반영될 수 밖에 없어 중구난방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소비자 입장에선 현재 구글이나 애플 OS 만으로도 불편을 못느 끼기 때문에 새로운 OS가 나왔다고 해서 시장이 크게 들썩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