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사인 BBC가 일부 채널의 TV 방송송출을 중단하고 온라인으로만 서비스하기로 했다.
이는 시청자층이 방송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행태가 TV가 아닌 스마트폰과 테블릿PC 등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공영방송사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공영방송 기업인 BBC는 내년 2월 'BBC 3(Three)' 채널에 대한 TV 송출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대신 이 채널 콘텐츠를 온라인으로만 서비스 한다.
BBC는 1, 2, 3, 4를 비롯해 CBBC 채널, CBeebies 채널, BBC HD, BBC ALBA 채널 등을 운영하고 있다. BBC 1은 뉴스·시사·드라마·엔터테인먼트 장르 등 대표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BBC 2는 지식 구축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특화하고 있고, BBC 4는 문화 프로그램을 중점 편성하고 있다. 이번에 변화될 BBC 3은 16∼30세 젊은 연령대 시청자 중심의 프로그램 서비스 중이다.
BBC 업무를 관리·감독하는 이사회 대체기관인 BBC 트러스트(Trust)는 최근 발표를 통해 "BBC 3 채널이 처음 생겼던 지난 2003년에는 유투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를 비롯해 와이파이(WiFi), 초고속인터넷, 테블릿PC 등이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오늘날 16∼24세 시청자들이 소비하는 콘텐츠의 50% 이상은 TV 시청형태가 아니다"고 밝혔다. 또 "16∼24세 시청자의 90% 이상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젊은 미디어 소비층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수용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얘기다.
BBC 트러스트는 "이번 BBC 3의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 벌어질 BBC 개혁의 한 사례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는 한때 BBC 3 방송종료를 막기 위해 27만여건의 청원이 제기됐지만, BBC 트러스트는 시청자 니즈를 수용하기 위해 BBC 3 채널의 TV방송 종료를 최종 결정했다. 대신 BBC 트러스트는 BBC 3를 온라인으로만 서비스하면서 감소될 비용 중 상당액을 메인채널인 BBC 1 제작비로 사용키로 했다.

◇TV 소비패턴이 변했다
콘텐츠 소비행태가 바뀐 것은 영국뿐이 아니라 국내도 마찬가지다.
미디어리서치 AGB닐슨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TV 수신기를 통한 시청률 합계는 2008년 30%를 넘었으나, 2013년 3분기 27%로 떨어지면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타고 있다. 반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자료를 보면 TV가 아닌 N스크린 이용자 비중은 2011년 29.8%에서 2012년 53.1%로 급증했다. 이 추세는 이후 스마트폰 이용률이 늘면서 더 확연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OTT(Over The Top) 서비스 성장이 대표 사례다. OTT는 유무선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글로벌컨설팅그룹 PWC는 2014년 기준 글로벌 OTT 서비스 시장 매출액이 156억5145만달러(약 17조2000억원)에 달했으며, 2018년에는 326억9963만달러(약 36조원)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1위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내년초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점도 이를 방증한다. 또 국내 1위 이동통신기업 SK텔레콤이 케이블TV 1위 기업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려는 움직임도 이와 연관된 변화의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미디어시장 최후 승자는 누구
전통적 미디어산업 영역에는 지상파방송을 비롯해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제작사(PP)가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 실질적 미디어 서비스는 애플, 구글,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등 ICT 영역 사업자로 확산됐다. 유선 초고속인터넷과 와이파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계층이 급증했다. 특히 스마트폰 등 스마트 디바이스 보급 확산으로 무선인터넷을 통한 소비행태도 늘었다.
최근 인터넷방송을 통해 1인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사업이 유행처럼 번진 이유도 같은 배경이다.
한 케이블TV 대표는 "최근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으로 찬반 공방이 한창이지만, 불행하게도 향후 미디어산업에서 생존할 수 있는 사업자는 지금 찬반 공방을 펼치는 당사자(전통적 미디어 사업자)들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국 BBC와 같은 거대 공영방송 사업자도 시대흐름을 읽고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도 지상파방송-케이블TV 간 콘텐츠 재전송료와 같은 협소한 문제를 갖고 싸우고 있다"면서 "이제는 규제기관 눈치만 보지말고 시청자 변화에 따라가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