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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혁신키워드]10배 더 혁신하라 '10X'

  • 2017.05.08(월) 13:47

'단순 문제인식'서 출발한 구글 검색 기술
지금은 비밀연구소 통해 사회변화 이끌어

바야흐로 혁신의 시대다.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다른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거나 차별화 하지 못하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전방위 산업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이란 말의 무게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의 혁신 사례를 키워드 중심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백럽(Backrub)'

'등 긁기', '등 마사지'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등이 간지러울 때 손이 잘 닿지 않으면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보통 혼자서는 긁기가 어려워 효자손을 쓰거나 상대방에게 긁어달라고 도움을 요청한다. 이럴 때 백럽이라는 단어를 쓴다. 무언가의 도움을 통해 불편함이 속 시원히 해결되는 상황을 뜻한다.

구글(Google)도 백럽에서 출발했다. 1995년 당시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이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질서하게 검색되는 인터넷 정보들을 보며 불편함을 느꼈다. 원하는 정보와 동떨어진 내용들이 뒤죽박죽 검색되면서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왼쪽)와 세르게이 브린 [사진=구글 홈페이지 캡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검색엔진 개발을 시작했다. 원하는 정보를 인터넷 페이지의 가장 위에 배치해 검색자가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들은 논문의 ‘인용’과 웹 페이지의 '링크'가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많이 인용된 논문일수록 학계에서 인정 받은 것이고 웹 페이지 링크도 방문횟수가 많을수록 중요도가 높다고 봤다.

백럽이라 불린 이 검색엔진 개발 프로젝트는 1996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후 이들은 백럽을 기반으로 1998년 구글을 창업했다. 현재 월평균 1000억개 이상의 검색어를 처리하는 구글 검색엔진의 전신인 셈이다.

검색엔진 업체로 화려한 명성을 날리던 구글은 2009년 자율주행차 사업에도 뛰어든다. 당시 언론들은 구글이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 사업에 뛰어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창업자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사람들이 굳이 운전대 앞에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또 사람이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어지면 그동안 운전에 불편을 겪었던 시각장애인들도 자유롭게 차량주행이 가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오랜 연구·개발 끝에 구글은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이 홀로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데 성공했다. 구글은 오는 2020년 완전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다.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Alphabet)의 자율주행차 부문 계열사인 웨이모(Waymo)는 현재 자율주행차 산업에서 가장 앞서있는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그 뒤를 이어 테슬라, 애플, IBM 등이 구글과 경쟁하며 자율주행차 산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자율주행차 사업을 계기로 본격적인 백럽 프로젝트의 확장을 시작한다. 2010년 비밀연구소인 '구글 엑스(Google X)'를 설립한 것이다. 페이지는 검색엔진과 전혀 상관없는 독일의 로봇학 전문가인 세바스티안 스룬을 구글 엑스의 수장으로 영입한다.

구글 엑스의 책임자였던 스룬은 "어떤 방식이 세상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가려운 곳을 쏙쏙 긁어주는 백럽 프로젝트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전 세계에 와이파이(Wi-Fi)를 구축하겠다는 '프로젝트 룬(project Loon)'은 지난 2013년부터 구글 엑스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정보의 불평등'이라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케이블을 설치하고 기지국을 세우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대신에 와이파이 기기를 설치한 열기구를 20㎞ 상공에 띄워 아프리카 등 인터넷 이용이 어려운 지역에 무선통신망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알파벳은 지난 1월 기존 무인항공기(드론)를 활용해 공중 와이파이를 구축한다는 '타이탄 프로젝트(Titan Project)'를 종료하고 관련 인력들을 '프로젝트 룬'에 투입했다. 드론보다는 풍선기구가 기술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었다. 사업 집중을 통해 정보의 불평등을 제대로 해결해보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 구글 '나는 자동차(flying car)' [사진=유튜브 CNN뉴스 캡처]

 

 

요즘 구글은 교통체증을 없애는 혁신적인 방법을 연구 중이다. 래리 페이지는 교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시도 중이다. 도로에 넘쳐나는 자동차로 발생하는 소음·공해 문제인식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flying car)' 개발로 이어진 것이다. 

구글 엑스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개발하는 미국 벤처기업 키티호크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키티호크의 수장은 구글 엑스 설립을 도맡았던 세바스티안 스룬이다. 두 회사는 지난 4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공개했다.

래리 페이지는 비행시연 후 발표한 성명에서 "하늘을 나는 차를 개발하려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언젠간 내 키티호크 플라이어를 타고 빠르고 쉽게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매우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구글의 철학은 변화하고 있다. 두 공동창업자는 직원들에게 '10배(10X)' 철학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구글이 하는 일은 지금까지 경험한 그 어떤 것보다 10배 더 위대하고 더 나으며 더 빨라야 한다는 의미다. 가려운 곳만 긁어주던 백럽에서 더 진화하는 모양새다.


이제 구글은 단순한 기업을 넘어 '미래 세계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체제'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구글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발언했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말을 바꿨다. 버크셔 본사에서 지난 6일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구글 투자를 놓친 것을 후회한다는 발언을 했다. 구글의 미래가치가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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