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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혁신]"민원 중심의 단순 규제개선 벗어나자"

  • 2019.06.12(수) 18:01

[창간 6주년 특별기획]
"단순 제도개선 보다 규제환경 바꿔야"
'규제=정부권력' 마인드 포기해야

정부가 ICT산업 혁신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완화 정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단편적 사례에 대한 규제 축소를 넘어 '생태계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만큼 주력산업의 고도화,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 확대 등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대내외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12일 서울 양재동 국제회의실에서 '기술혁신 옥죄는 규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를 주제로 수요포럼을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심우현 한국행정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은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규제환경도 변하고 있다"며 "기술·과학적 사업화 불확실성으로 인해 규제 효과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으며, 일원다용(One Source Multi Use) 기술 발전으로 다양한 규제 기관의 협업 필요성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규제 상태에 대한 낮은 만족도로 새로운 규제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규제의 불확실성과 지체 현상을 해소하고 기술·산업 발전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규제 생태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생태계란 단순한 제도변경을 넘어 규제를 제정하고 실시하는 기관과 이를 어우르는 규제 환경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규제 완화가 아닌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은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 아닌 합리적으로 개선하자는 취지가 담겼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술혁신 활성화를 위한 개선 전략은 규제제도, 규제기관, 규제환경으로 분류해 추진해야 한다는 게 심 실장의 주장이다.

그는 규제 제도에 있어서 "전통적 규제 방식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원칙중심, 위험기반,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규제 기관은 협업체계를 통한 규제 합리화 추진, 규제 환경은 다양한 수요자 참여 제도를 통한 형평성 강화가 중요하다고 봤다.

원칙중심체계란 기업이 준수해야 하는 사항을 일반적인 원칙 수준에서만 제시하고, 그 이상의 것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조정하도록 하는 형태다. 현재 영국이 이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12일 서울 양재동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수요포럼에서 심우현 한국행정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이 '기술혁신 옥죄는 규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백유진 기자]

심우현 실장은 "결과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작은 경우 발생 가능한 상황들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기준을 모두 마련해놓는 규칙중심체계 위주의 규제를 실시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 원칙중심체계 위주의 규제를 활용하는 혼합 방안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또 위협사건의 발생 가능성과 영향도를 평가해 위험 수준을 도출, 이에 따른 규제 수준을 정하는 위험기반 규제도 제안했다. 일정 기준을 정해 현행 규제의 강도가 평가된 위험 수준에 비춰 적정하면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그렇지 않다면 규제의 폐지, 완화, 신설, 강화를 논의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는 규제 기준을 선정하기 위한 표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규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규제를 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욱 한국개발연구원 규제연구센터장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위험 기준을 판단할 것인지 제시해야 하는데, 이는 규제 문화와 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여전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현재 규제 개혁은 민원과 불평이 제기되면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규제 품질 제고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현재 우리 기술 규제에 대한 상황 판단을 기반으로 근본적인 규제 체계와 문화 변화가 우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김정욱 센터장은 ICT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규제 체계 개선에도 신기술을 적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정 기술에 대해 부합하는 규제가 있는지 확인하려면 부처에 일일히 확인해야 했는데, 이를 자동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중앙대학교 교수와의 협력으로 자체 개발 중"이라며 "올해 말까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토론에서는 규제기관 간의 협업 강화가 생태계 혁신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꼽혔다.

심우현 실장은 "각 부처에서는 규제가 권력"이라며 "이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문화를 바꾼다고 해서 개선이 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담당 공무원에게 실익이 주는 등 유인체계가 필요하다는 다소 현실적인 대안도 내놨다.

이민창 한국규제학회 회장은 "협업 방식 설계에서 추가적으로 고민할 것은 협업이 공무원의 승진이나 평가에 도움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공직자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차분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우현 실장도 "규제 문화를 바꿈과 동시에 독점적인 규제 권력을 공무원과 부처의 인센티브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면 효과적인 수행이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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