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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서 'AI 컴퍼니'로…KT의 이유있는 변신

  • 2019.10.30(수) 16:16

4년간 3000억원 투자, AI 전문인력 1000명 육성
20여개 원천 기술 공개…생활 속으로 파고든 AI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KT가 AI 컴퍼니가 되겠다고 하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KT가 5G를 4년만에 상용화시킨 것을 기억해달라. AI 컴퍼니로 확실한 변신을 해내겠다. 이를 통해 고객 경험 확장과 산업 발전을 꾀해 사회혁신에 기여함으로써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겠다."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은 "KT는 AI 컴퍼니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통신사의 틀을 벗고 AI 전문기업으로 변신해 5G 네트워크 고도화에 맞춰 AI의 생활화를 이끈다는 것이 KT의 청사진이다. 이른바 KT AI Everywhere.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서든 KT AI가 자리하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KT는 향후 4년간 3000억원을 투자하고 AI 전문인력 1000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개인 비서 '자비스'가 현실이 된다

KT는 이번 간담회에서 향후 'AI Everywhere' 프로젝트를 이끌 4개 지능 영역의 20여개 AI 원천기술을 공개했다. 4개 영역은 ▲감성·언어 지능 ▲영상·행동 지능 ▲분석·판단 지능 ▲예측·추론 지능이다.

감성·언어 영역에서는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목소리를 정확히 인식하고, 여러 사람의 음성을 깨끗하게 분리하는 스피치 세퍼레이션(Speech Separation) 기술이 공개됐다. 설거지를 하는 물소리와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는 상황에서 한국어와 영어로 다른 문장을 말했음에도, 두 음성이 정확하게 분리됐다.

한 문장만 녹음하면 영어 음성을 만들어주는 영어 개인화 음성합성(English P-TTS) 기술도 시연했다. 지난 5월 출시한 '내 목소리 동화'에서 한 발짝 더 진화된 형태다. 

내 목소리 동화는 300문장을 읽으면 기가지니가 목소리를 학습해 다양한 동화책을 부모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서비스였다. 학습 시간도 24시간, 즉 하루가 필요했다. 이와 달리 이날 시연된 기술은 한 문장만 읽어도 유창한 원어민 발음은 유지하면서 부모의 음색만 학습한다. 뿐만 아니라 학습 시간도 1분으로 줄였다. 

분석·판단 영역에서는 막대한 데이터로부터 숨겨진 정보를 찾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판단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시연자가 "최근 KT에서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 축구선수의 어린 시절 사진을 찾아줘, 그리고 이메일로 보내"라고 명령하자, 이를 순차적으로 해결했다.

백규태 KT 융합기술원 서비스연구소장(상무)은 "해당 기술이 발전하면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웹이 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대신 수행해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시연된 기술 중 대다수는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기술 선호도에 대한 고객 조사 후 로드맵에 따라 서비스를 출시할 방침이다. 특히 이날 영어 개인화 음성합성 기술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자 이필재 부사장은 "6개월 안에 상용화하겠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글로벌·산업·업무공간·미래세대 집중

KT는 이러한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산업 ▲업무공간 ▲미래세대 4대 분야에서 AI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먼저 출시 1000일만에 200만 가입자를 달성한 기가지니를 국내를 넘어 전 세계가 이용하는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현재 기가지니는 아파트, 호텔, 자동차 등으로 영역을 넓혀 73개 건설사 및 7개 홈네트워크사와 협력해 AI 아파트를 공급하고 13개 호텔의 1200여개 객실에 AI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 나아가 KT는 신축 아파트에만 적용되고 있는 기가지니를 노후화된 기축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으로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러시아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MTS에 기가지니 기술 컨설팅을 제공한다.

AI 호텔의 경우 11월 중 필리핀 세부에서 시범 적용을 시작으로 아시아∙중동 지역에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또 2만개 이상 국내 제휴 숙박점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 '야놀자'와 협력해 하이엔드호텔 외 버짓호텔로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산업 분야에서는 공장, 보안, 에너지, 고객센터 등에서 AI를 적용한다. 최소 5년 안으로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성숙 단계에 정착시킬 방침이다. 

에너지에서는 AI 기반의 통합 에너지관리 플랫폼(KT-MEG)을 바탕으로 건물이나 빌딩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AI 고객센터도 2020년 본격 선보인다. 상담 어시스턴트, 음성기반 고객인식, 고객불만(VOC) 자동분류 등의 기능을 갖췄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업무공간에서는 현재 KT 사내망에 적용된 마비서, 전대리 등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RPA)서비스를 B2B로 확산한다. 단순 반복업무를 AI가 대체할 수 있어 기업들의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것이 KT 측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AI 인재 양성을 목표로 미래세대를 위한 AI 서비스도 강화한다. 소외계층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 AI 코딩교육을 제공하는 AI 비타민 프로젝트를 통해 2020년까지 5000명 이상을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김채희 KT AI사업단장(상무)은 "이는 지난 1000일동안 쌓아온 기가지니의 경험으로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이라고 말했다.

4년간 3000억원 투자…전문인력 1000명 양성

그렇다면 KT는 하필 왜 이 시점에 AI 카드를 꺼내들었을까. KT는 AI를 시대적 소명이자 해외 진출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이필재 부사장은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라성 같은 세계적 기업도 AI를 꾸준히 얘기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AI를 국가차원 전략으로 준비하겠다고 언급했다"며 "이처럼 AI가 모든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시점이라면 이는 시대적 소명이자 KT가 다시 한 번 세계로 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제언했다.

특히 그는 KT의 이같은 변화가 회장 교체 후에도 유지, 혹은 발전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현 회장인 황창규 KT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종료된다.

이 부사장은 "AI는 미래에 회장으로 어떤 분이 오셔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영역"이라며 "시장의 대세인 만큼 투자를 더 할 수는 있지만 줄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KT는 향후 4년간 3000억원을 투자하고 1000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KT가 AI 사업에 뛰어든 후 3년 동안 투자한 금액은 1500억가량이다. 1년간 500억원 수준에서 1.5배가량 늘리겠다는 뜻이다. 1500억원 중 30%는 AI 코어 분야, 70%는 연관 분야에 투자한다.

이 부사장은 "AI에 투자하는 타 글로벌 기업에 비해 적다고 느낄 수 있지만 통신사의 경우 하드웨어 투자가 많아 소프트웨어 투자로만 보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AI 코어 인력은 400명 정도 있으며 향후 1000명까지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 역시 글로벌 기업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KT가 AI 중 일부 분야에 강점을 두는 것을 고려하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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