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식당에서 KT가 설계한 서빙 로봇이 장애물을 만나도 부딪히지 않고 능숙하게 이동한다. 비결이 뭘까. 데이터다. 수십만 개의 로봇 이동 경로를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동선을 찾아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학습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KT는 5세대(5G) 이동통신을 통해 로봇에 실시간으로 전달, 이동 경로를 설정한다. 뿐만 아니라 로봇의 바퀴, 외장재 등 특정 부품을 어느 시기에 교체해야 할지도 식당 측에 사전 고지한다. 예측 시스템을 바탕으로 식당 구조, 로봇 이동 경로에 따라 어떤 부품이 빠르게 마모되고 교체 필요성이 있는지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KT가 미래 성장 먹거리로 로봇 사업을 주목했다. 로봇 학습에서부터 시설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KT가 보유한 인공지능(AI)과 5G 기술을 바탕으로 3년 뒤 135조원으로 추산되는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KT는 27일 청담동에서 열린 '로봇 유망기업과의 만남' 행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업비전을 공개했다.
KT는 식당과 같은 기업과고객간거래(B2C) 시장에 활용되는 서비스 로봇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관련 시장은 2019년 310억달러(약 34조원)에서 2024년 1220억달러(135조원)로 약 4배 성장할 전망이다.
KT는 로봇 제조사를 비롯해 수요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플랫폼 사업자로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상호 KT 로봇사업단 단장은 "제조사가 로봇을 제작하면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거나, 현장 로봇 유지·관리를 위한 관제센터를 운영하는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글로벌 로봇시장은 전기차(EV)와 의료 및 헬스케어, 물류, 소매유통·식음료 4개 분야에서 괄목할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산업용 위주인 로봇시장은 2025년부터 서비스 로봇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KT는 서비스 로봇을 통해 국내 로봇시장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KT는 이 가운데서도 배달과 헬스케어 및 푸드테크, 물류 3개 분야의 서비스 로봇 플랫폼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분야 모두 노동집약적 산업인 만큼, 산업이 성장하면 로봇과 함께 플랫폼 도입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주목도가 높아진 방역·소독 분야의 서비스 로봇도 점찍어둔 상태다.
KT 관계자는 "현재 서비스 로봇 시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제조사가 맞춤형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서비스 로봇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의 로봇 소프트웨어 등을 구축하면 소비자 수요가 늘면서 전체 시장 파이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KT는 지난해 현대로보틱스에 500억원을 전략적으로 투자한 이후 현대중공업 그룹과 로봇, 스마트팩토리 등 여러 분야에서 다각적인 협력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텔 룸서비스를 담당하는 '기가지니 호텔로봇'을 공동 개발하면서 '로봇 사업'을 준비해왔다.
이에 대해 윤대규 현대로보틱스 상무는 "KT가 지닌 안정적 통신·자율주행 기술에 주목해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LG전자와도 서비스 로봇 플랫폼 공동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장재원 LG전자 연구위원은 "KT의 검증된 자율주행 기술을 최적화해 배송·서빙로봇 등 서비스로봇 상용화에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국내 로봇 스타트업과 상생 방안도 모색한다. KT는 자회사 KT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스마트팩토리 관련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상화 역시 이 펀드를 통해 30억원을 유치했다.
송재호 KT AI/DX융합사업부문장 부사장은 "KT는 로봇 플랫폼을 중심으로 서비스 로봇의 가치를 극대화해 대한민국 로봇산업을 한 차원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