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정보격차' 문제를 취재하며 [디지털, 따뜻하게] 연재 기사를 쓰고 있는 비즈니스워치 기자들은 디지털을 활용하지 못하면 과연 얼마나 불이익을 받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두명의 기자가 직접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한명(김동훈)은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디지털 프리(Digital Free·디지털 활용하지 않기)'로 겁없이 도전했습니다. 다른 한명(이유미)은 평소처럼 스마트폰을 한손에 들고 산뜻한 발걸음으로 제주도를 돌아다녔습니다.
제주 여정의 첫번째 관문 김포공항에서의 항공권 구매부터 렌트카 및 숙박 예약, 음식 주문 등을 이들 기자가 디지털 유무 상태에서 비교체험 해봤습니다. 이 기간 동안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했습니다.
◇항공권 예약하기, 너무나도 비싼 현장 결제
항공권을 예매하지 않고 비행기를 타는 경험은 흔치 않을 겁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항공권을 예매하는 방법을 모르더라도 전화로 예매를 할 수 있죠. 그런 방법도 여의치 않은 극단적 경우를 가정해봤습니다.
"현장에서 구매하시면 많이 비싸요."
김포공항에 도착해 항공권 현장 구매를 시도하자 항공사 직원으로부터 처음 들은 말입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여행객이 거의 없는 탓인지 출발 2시간 전인데도 원했던 시간의 비행기를 탈 수는 있다 했습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줄을 서서 한참 기다리거나, 아예 출발을 못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 상황을 가정해 공항에서 하루쯤 대기할 각오도 한터라,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비교체험의 재미 요소가 줄어 들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현장에서 구매한 제주 항공권 편도 가격은 9만원입니다. 온라인 가격이 왕복에 4만5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4배나 비싼 금액입니다. '헉' 소리가 나올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신분증 한번만 확인할게요."
구매를 결정하자 신분증 확인을 요청받았습니다. 신분증을 깜빡하고 가방에 두고 온터라 가방을 맡고 있던 일행에게로 열심히 뛰어갔다 왔습니다.
결제할 카드만 지갑에서 꺼내온 제 탓을 해야겠죠. 최근에 등장한 모바일 신분증을 등록했다면 공항을 여러 번 왔다갔다할 수고는 없었을 겁니다.
스마트폰이 곧 나 자신이며 나 또한 스마트폰인 물아일체의 경지에 오른 기자는 디지털 세상에서 항공권을 예약하고 탑승하기까지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기자가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던 2000년대 초반에는 인터넷으로 항공권을 예약했어도 여행사에 직접 찾아가 항공권 영수증을 받은 이후에 공항으로 가야했습니다.
최근에는 여행사 앱을 통해 여러 항공사의 항공료를 비교 검색, 나에게 가장 맞는 조건을 선택해 바로 예약할 수 있습니다. 시간대별, 가격별, 그리고 선호하는 항공사가 있다면 항공사별로 손가락 터치 몇 번이면 바로 비교, 확인이 가능합니다.
기자는 김포-제주 왕복 항공권을 단돈 4만5000원에 구매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예약 및 결제까지 한번에 했습니다. 비행기는 탑승 일정과 항공사, 예매하는 시기 등에 따라 항공료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조건만 잘 맞는다면 굉장히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항공권 예매를 하고 출발하기 24시간 전부터 모바일 체크인이 가능합니다.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구매한 탓에 자리 선택을 미리 하지 못하고 출발 당일에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여행객이 적은 탓인지 원하는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모바일 체크인을 통해 항공권을 발권할 수 있어 매우 편리했습니다.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기 위해 줄을 설 필요가 없고 종이로 된 항공권을 잃어버릴까봐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스마트폰 배터리가 없으면 모바일 항공권을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집에서 출발하기 전 스마트폰 충전을 충분히 해야 했습니다.
◇렌터카 이용하기, 쏘카vs현장 렌터카 이용
알고리즘이 착했어
제주공항에 도착해 렌터카를 현장에서 구매해봤습니다. 항공권이 비싸기는 했지만 구매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렌터카 구매는 좀 달랐습니다.
제주공항에는 여러 렌터카 업체가 입점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예전에는 렌터카를 문의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을 하기 때문에 현장에는 거의 예약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막상 여러 렌터카 업체 카운터 앞에 서니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여졌습니다. 만약 온라인이라면 최저가를 제공하는 회사를 검색해 잽싸게 찾았겠지만 그렇지 않는 상황에선 무작정 감에 의존해 맘씨 좋아 보이는 직원을 따라야 했습니다.
카운터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렌터카 업체 5곳 중 1곳을 선택하면 나머지 4명의 시선을 받아야 하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도저히 눈을 마주칠 수 없어 고개를 숙이고 제주 느낌이 나는 이름의 회사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렌트 언제까지 이용하세요?"
저를 몹시 반가워하는 인상의 렌터카 업체 직원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이라면 마우스로 스크롤하며 직접 대여 기간을 골랐겠지만, 구두로 설명하려니 꽤 어색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자막이 없는 영상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음. 김포행이 모레 9시 비행기니까 8시까지로 할게요."
그러나 어떤 차를 원하냐는 질문을 또 받았습니다. 저는 예산을 3일 기준 10만원으로 계산했지만, 가격대가 어떻게 형성됐지 물어봤습니다.
"가격대는 2만원대, 3만원대, 4만원대, 7만원대, 10만원대…"
가격이 줄줄이 나열되는 걸 멍하게 듣고 있었습니다. 온라인이었다면 마우스 스크롤로 쓱 훑어봤을텐데 말이죠.
제가 멍하게 있는 것을 눈치채신 것인지, 어떤 차량을 원하냐는 질문이 다시 왔습니다.
"소형 SUV요. 있어요?"
답변이 없었습니다. 1초만에 나오는 검색 결과가 아니라, 직원의 검색을 기다리는 모습이 스스로 어색했습니다. 문득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의 조건에 맞는 차량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팔고 싶은 차량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참동안 어색한 분위기로 시간이 흘렀는데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소형 SUV는 마감이에요."
속으로는 분명히 소형SUV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단념하고 종이 팜플렛 속 다른 차량 사진을 지목했습니다.
"그 차는 가능하시고요. 좀 빼 드려서 이 가격인데요."
렌터카 안내 직원은 가격을 종이에 볼펜으로 써서 보여줬습니다. 아무래도 옆 카운터 직원들에게 얼마나 할인해주는지 들키고 싶지 않아서겠죠.
그러면서 "정상 가격은 '슥슥'(볼펜으로 가격을 쓰며)인데, 할인해서 '슥슥'입니다."
나만 할인받는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휴대폰 살 때 이런 경험 많죠.(알고보면 나만 속은 거지만) 아무튼 우쭐한 마음도 들었죠. 온라인이라면 누가 보더라도 똑같은 가격이 있을텐데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할인을 받으니까 말이죠. 대여 차량을 확정했습니다.
"보험은 하루에 3만원씩인데, 하루치는 빼 드리고 6만원에 해드릴게요."
더 우쭐해졌습니다. 물건 저렴하게 구하면 기분이 괜히 좋잖아요.
다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예약할 때와 달리 직원의 말에만 의존하는 게 좀 이상하긴 했습니다. 그때부터 약간 불안했습니다. 눈을 감고 물건을 사는 느낌이 조금씩 올라왔습니다.
"휘발유, 금연차라서 담배피우면 안되고요. 3번게이트 나가서 바로 옆에 건너고 오른쪽. 렌터카 하우스 앞에서 8번 3구역에 가셔서 셔틀버스 타고 가셔서 성함 말하면 차량 드릴 겁니다."
귀만 즐거우면 되는 랩이 아니라 외워야 하는 랩은 스트레스잖아요. 다시 물어보고 말을 따라해보며 손으로 메모했습니다. 외국에서 렌터카를 수령할 때 느낌 같기도 했죠. 정확하게 기억해야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느낌 말입니다.
아무튼 직원의 안내에 따라 셔틀을 타고 이동해서 무사히 렌터카를 받았습니다. 차량 대여비용과 보험금을 할인받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으로 해당 렌터카 업체의 같은 조건의 차량을 검색해봤습니다.
아, 온라인이 더 저렴했습니다.
제주공항에 도착에 렌터카 대신 공유차량 서비스인 '쏘카'를 이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차량을 빌릴 때도 디지털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죠. 쏘카는 며칠 전에 미리 예약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공항에서 쏘카존까지 이동하는 셔틀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쉽게 예약할 수 있습니다.
이용 일정 및 시간과 차량을 선택하고 미리 등록했던 카드로 결제하면 됩니다. 예약 절차가 완료되고 배정받은 차량 번호를 안내받습니다. 이 모든 것이 채 5분이 걸리지 않습니다.
셔틀을 타고 쏘카 존에 도착, 배정받은 차를 찾은 후 차량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 카메라로 차량 사진을 찍어 쏘카 앱에 등록합니다. 차량에 문제가 있다면 앱을 통해 문제 사항을 남길 수 있죠.
모든 것이 확인이 되면 앱을 통해 차문을 열고 탈 수 있습니다. 다음 장소를 이동할 때는 쏘카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을 이용합니다.
내비게이션은 이제 운전할 때 없어서는 안되는 디지털 기기, 앱이 됐죠.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주고 도착 시간도 안내해줍니다.
특히 차량을 대여했을 때는 도착 시간을 안내해주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대여 시간을 정확하게 맞춰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죠. 내비게이션 덕분에 대여시간 완료 4분 전에 무사히 차량을 반납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 예약은, 결국 '디지털프리' 포기로
"오프라인, 너무 비싸"
첫째날 마지막 관문인 호텔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온라인 예약을 하지 않고 바로 호텔 리셉션으로 향했습니다.
"몇분 투숙하세요?"
"1명이요."
"더블베드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티키타카'를 하듯 다양한 말을 연이어 주고받고, 검색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이 지루하게 반복됐습니다.
한참 대화가 이어지다가, '더블베드'는 방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다만 트윈베드는 있다고 하더군요. 트윈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큰침대 작은 침대, 작은 침대 작은 침대 있는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무슨말인지 대충 이해는 가시죠? 온라인으로 예약했다면 그림을 봤겠지만 말입니다.
1박에 14만8500원이라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2박이면 29만7000원이죠. 예산 초과입니다. 원하지 않는 방 스타일인데, 가격도 비싸니 고민이 됐습니다. 게다가 조식을 먹으려면 3만6000원을 추가해야 합니다.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잠시 고민하고 있자 호텔 직원은 "온라인 사이트도 비교해보시라"는 말을 친절히 해줬습니다. 온라인으로 예매하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죠.
같이 간 동료 기자와 토론을 했습니다. '디지털 프리'를 포기하고 비용을 아끼자는 의견과 디지털프리 콘셉트를 끌고 가자는 주장이었습니다. 디지털 프리 경험을 통해 항공권, 렌터카가 이미 예산을 초과했습니다. 한참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 스마트폰을 꺼냈습니다. 첫날부터 디지털 프리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호텔 예약도 며칠 전 미리 여행 앱을 통해 진행했습니다. 여행 앱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다양한 숙박업소 가격과 조건을 비교할 수 있었죠.
최근 호텔 예약 앱도 굉장히 많습니다. 마이리얼트립에서는 호텔 예약 앱들을 한번에 비교하고 최적의 조건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면 해당 호텔 예약 앱으로 이동해서 바로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앱을 통한 호텔 예약도 어렵지 않습니다. 비교 검색은 물론 호텔 시설도 한눈에 다 확인을 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직접 전화를 하거나 대면으로는 모든 조건을 물어보며 확인하기 어렵지만 스마트폰 화면에 이용가능한 시설과 환경을 확인 가능합니다.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에 호텔 체크인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예약자 확인을 하고 호텔 안내와 코로나19 주의사항을 설명들은 후 바로 호텔 방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 출장 첫째날 항공권과 호텔 예약 및 이용, 차량 대여 및 이용, 내비게이션 이용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활용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과의 대화는 호텔 체크인 때 단 한차례 뿐이었습니다. 편리한 디지털 세상에 사람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습니다.
▷편리했던 디지털의 역설, '디지털, 새로운 불평등의 시작'
http://www.bizwatch.co.kr/digitaldiv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