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들이 잇따라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했다. 하루인베스트가 파트너사의 허위 보고를 이유로 돌연 서비스를 중단한 데 이어 델리오도 출금 조치에 나섰다. 델리오 또한 하루인베스트에 보유 자산을 맡긴 만큼 추가적으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루인베스트 출금 중단에…델리오도 막았다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기업 델리오는 지난 14일 오후 6시 30분부터 이용자 출금 서비스를 중단했다. 델리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하루인베스트에서 발생한 디지털자산 입출금 중단 여파로 시장 변동성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투자자 혼란이 가중됐다"며 "고객 보호를 위해 일시적 출금 조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는 하루인베스트가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한 지 하루 만이다. 블록크래프터스가 운영하는 하루인베스트는 델리오와 유사한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씨파이(Ce-fi)를 제공했다.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의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최대 12%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하는 서비스다.
하루인베스트는 같은 날 위탁 운영업체 중 하나인 B&S홀딩스가 허위 정보가 포함된 경영 보고서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두 업체의 주장을 종합하면 하루인베스트가 B&S홀딩스에서 문제를 발견해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하자, 그 여파로 델리오까지 서비스를 중단한 셈이다.
"채권 회수 1차적 목표…코인런 우려로 출금 중단"
정상호 델리오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입출금 서비스 중단 조치가 코인런(가상자산 대량 인출)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하루인베스트에 자금이 물린 건 맞다"면서도 "시장에 공포가 확산되면서 (고객의)출금이 늘어났고, 코인런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출금을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델리오는 앞서 하루인베스트에 일부 자금을 예치했고, 하루인베스트는 이 자금을 다시 B&S홀딩스에 운용 대행을 맡겼다. 델리오가 하루인베스트에 맡긴 자금 규모, 이용자 자산의 손실 수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정 대표는 "(B&S홀딩스로부터)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1차적 목표이며 투자자들이 손해보지 않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다"면서 "그저께 (B&S홀딩스 관계자를)만났는데,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하루인베스트는 B&S홀딩스를 상대로 형사 고소를 제기했다.
FIU "델리오, 수사기관 움직이면 협조"
양사는 모두 사무실을 비우고 전직원 재택 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양사는 러그풀(먹튀)은 없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서비스 이용자들은 예치 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블록크래프터스와 하루인베스트는 모두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신고가 되어 있지 않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의무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다.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 중 금융위원회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마친 기업은 델리오뿐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델리오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FIU 관계자는 "델리오 관련 내용은 (FIU가 주로 보는) 자금 세탁보다 자체 투자 실패나 배임, 횡령 등 형사처벌과 관련된 것이 주 내용"이라면서 "수사기관에서 대응하게 되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