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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B&S홀딩스의 'FTX 채권'에 쏠리는 눈

  • 2023.06.20(화) 08:56

델리오 "B&S, 3600억 FTX 채권 팔아 손실 복구"
채권자 명단에 없고 가격 폭락... 실현가능성 의구심

델리오 라운지. /사진=비즈워치

국내 '탑급' 가상자산 예치·운용의 서비스 기업이 줄줄이 입출금을 중단하며 투자자들이 속을 끓이고 있습니다. 특히 델리오가 하루인베스트에 상당한 자금을 예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같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졌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두 기업은 이미 상당한 손실이 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델리오는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위탁 운영사인 B&S홀딩스가 들고 있는 FTX 채권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파산 신청을 한 한때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로 꼽혔던 FTX가 여기서 소환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델리오→하루인베스트→B&S홀딩스

델리오는 국내서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수리가 완료된 유일한 예치·랜딩 서비스 기업입니다. 연이율 최대 10%에 달하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코인 예치상품을 제공하며 고객을 끌어모았습니다. '델포스'를 비롯한 솔루션을 통한 아비트리지(차익거래)를 통해이자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지요. 

국내 법인 블록크래프터스의 자회사, 싱가포르 법인 하루인베스트 또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가상자산사업자로 미신고되어 있고 이율도 12%로 조금 더 높다는 점만 다릅니다. 하루인베스트는 자체 트레이딩팀과 10여개사 글로벌 트레이딩 파트너와의 '무위험 차익거래'로 이자 재원을 마련한다고 홍보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입출금 사태로 밝혀진 상황은 달랐습니다. 델리오는 경쟁사인 하루인베스트에 자금을 맡겼고, 하루인베스트는 B&S홀딩스(옛 에이벤투스)에 또다시 자금을 맡겼습니다. B&S홀딩스는 소규모 인원이 설립한 국내 퀀트 트레이딩(매매) 기업으로 알려졌는데, 아무래도 글로벌 트레이딩 파트너로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지요.

하루인베스트 등에 따르면 B&S홀딩스는 투자 손실로 운용 중인 자금을 청산하고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것처럼 위조한 경영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두 기업 다 고객 자산을 얼마나 맡겼는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정상호 대표는 지난 17일 투자자와 만난 자리에서 하루인베에 예치한 자산과 손실금 규모에 대해 답하기를 꺼렸습니다. 재택 근무로 인해 데이터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FTX 채권 팔아서 상환 가능할까

업계에서는 B&S홀딩스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B&S홀딩스가 손실을 내면서 델리오와 하루인베스트가 고객 자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까지 처했고, 입출금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정상호 대표는 지난 17일 투자자 설명회에서 B&S홀딩스가 2000억~3600억원에 달하는 FTX 채권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 대표는 연락이 되지 않는 하루인베스트 대신 B&S홀딩스와 접촉 중이며, B&S홀딩스가 이 채권을 미국에서 매각해 7~8월까지 손실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본지는 이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 델라웨어 주 파산법원에 FTX가 제출한 채권자 명단을 찾아봤지만, B&S홀딩스나 에이벤투스(AVENTUS)라는 국내 법인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단 비공개로 처리된 개인 채권자거나 타 해외 법인으로 투자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B&S홀딩스가 FTX 채권을 매각해 손실된 자금을 메꿀 수 있다는 주장 자체에 의구심을 가지기도 합니다. FTX 채권이 과연 수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이야기지요.

FTX 채권이 선순위일 경우 가능성이 제로(0)는 아닙니다. FTX 외에 제네시스, 셀시우스 등 파산한 가상자산 거래소의 채권이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외 가상자산 금융을 경험한 한 전문가는 "미국 투자은행이 우선순위인 FTX 채권에 대해서는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을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단순 예탁이라면 쉽지 않아도, 특별한 보장이 있다면 아예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파산 채권 거래 전문 플랫폼인 엑스클레임에 따르면 FTX 파산 채권은 올해 초 1달러당 20센트도 되지 않는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B&S홀딩스가 FTX 채권을 매각해 손실된 자금을 보상하기 위해서면, 선순위 채권이면서도 손실 자금을 메꿀 만큼의 가격을 받아야 하는 셈입니다. 

델리오 또한 구속 임박 상태인 B&S홀딩스의 주장에만 완전히 의지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상호 대표는 B&S홀딩스나 하루인베스트가 채권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손실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제3자 유상증자, 회사 매각 또는 본인이 소유한 주식까지 팔 생각이라고 투자자에게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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