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카카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영쇄신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쇄신태스크포스(TF)를 시작으로 크루(직원)들과 대화를 통해 쇄신방향을 구상하가겠다고 했다.
"직원들과 대화로 쇄신안 구상할 것"
카카오는 18일 오전 7시 경기도 성남 판교아지트에서 김범수 창업자 겸 비상경영위원장 주재로 제8차 공동체 비상경영회의를 열었다. 카카오는 지난 10월 30일부터 매주 월요일 주요 그룹사 대표 20여명이 참석한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경영 쇄신방향을 논의 중이다.
이날 회의는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카카오 대표로 내정되고 난 뒤 처음으로 열린 비상경영회의다. 취재진을 만난 정 내정자는 "(김범수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앞으로 카카오가 더 쇄신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자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지난주 홍은택 대표를 정 내정자로 교체하겠다고 밝히면서 인적쇄신의 신호탄을 쐈다. 정 내정자는 쇄신방향을 묻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특별히 바뀌지 않았다"면서도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고, 주어진 시간 속에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크루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쇄신을)어떻게 해나갈지 구상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카카오는 잇따른 내부 갈등으로 '불통' 논란이 불거졌다. 카카오 노조는 경영진이 직원들과의 대화를 하지 않으며, 지난 5년간 김 창업자가 모습을 드러낸 적 없다고도 비판했다.
이에 카카오 경영진은 부랴부랴 직원들과의 대화에 나섰다. 지난주 김 창업자가 카카오 직원들이 참여하는 간담회인 브라이언(김범수 창업자의 영어이름)톡을 열었다. 다음달에는 정 내정자와 김 창업자가 참여하는 직원과의 간담회가 추가로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내정자는 함께 회의에 참석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두고 "저희 쇄신위 때문에 지난주까지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공을 돌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수수료 비율을 포함해 다양한 개편안을 제시한 끝에 택시업계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류 대표는 "이참에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국민들과 사랑받는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노조 "카카오엔터 대표 사퇴하라"
비상경영회의에 앞서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옥에서 피케팅(손팻말)시위를 재개한 카카오 노조는 직원들이 쇄신안에 참여할 수 있는 협의테이블이 필요하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신아 대표 교체는 인적쇄신의 시작"이라면서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주요 경영진이 구속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에 대한 조사와 사퇴를 요구했다.
이날 첫 회의를 앞둔 준법과신뢰위원회(이하 준신위)에는 문제를 일으킨 기존 경영진과 여러 의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은 "(김기홍) 전 재무그룹장의 법인카드 게임 아이템 결제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준신위에 요청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기홍 전 재무그룹장의 경우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구매해 정직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카카오노조로부터 배임·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한편 준신위는 이날 서울 삼성동에서 출범 후 첫 회의를 진행한다.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장(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률문화연구소장)을 포함한 준신위 1기 위원들이 모여 운영 방안을 논의한다. 김범수 창업자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