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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상용화 '벌써 5년' 통신사들 관심은 'AI'

  • 2024.05.06(월) 14:00

콘텐츠사업자 득세에 요금인하 압박
통신업 대신 AI로 새로운 청사진 그려

한국이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가 이뤄진지 5년이 지났다. 그런데 최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5G와 같은 이동통신보다는 인공지능(AI)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5G 시장이 성숙하는 동안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 인프라 위에서 활개를 치고, 정부는 통신요금 인하 압박을 거세게 펼치는 상황에서 '다른 미래'를 그려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통신만으로는 한계

통신3사가 AI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것은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에서부터 예고됐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영섭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등 통신3사 수장들이 '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연일 변신을 강조했다.

통신업 자체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실제 통신3사의 실적은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합계는 4조4010억원으로 전년대비 0.4% 증가하는데 그쳤다.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5G 시장은 이미 성숙했고 정부의 수익성 압박도 끊이지 않는 까닭에, 기존 사업만 고집하다가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요금압박을 받는 한국전력공사 같은 회사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의 경우 MWC 당시에 이동통신 가입자 유치를 위한 통신사간 경쟁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보이면서 AI 사업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 역시 2020년부터 4년가량 망 사용료를 두고 분쟁을 벌였던 넷플릭스와 지난해 말 전격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재주는 곰(통신사)이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가 버는 현실을 바꿔보려했지만 공방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선택을 한 셈이다.

윤곽 드러내는 AI 사업

통신3사가 예고한대로 AI 관련 사업은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SK텔레콤은 통신 서비스를 잘 이해하는 똑똑한 '텔코LLM(대규모언어모델)'을 내달 선보일 계획이다. GPT, 클로드와 같은 범용 LLM이 아니라 통신업에 특화된 LLM이다.

SK텔레콤 측은 "오픈AI, 앤트로픽 등과 협력해 통신사의 서비스나 상품, 멤버십 혜택, 고객 상담 패턴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선별해 이를 에이닷엑스, GPT, 클로드에 학습시켜 통신에 특화된 LLM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기업들이 AI컨택센터(AICC), 유통망, 네트워크 운용, 사내 업무 등 활용처와 특정 업무마다 최적화된 LLM을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할 구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보이겠다는 각오다.

앞서 SK텔레콤은 도이치텔레콤, 이앤(e&)그룹, 싱텔그룹,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통신사들과 AI 기술 공동 개발·사업 협력을 수행할 합작법인을 연내 설립하기로 했다. 이들은 텔코 특화 LLM을 다국어 버전으로 만들어 사업 확장과 고도화에 활용할 방침이다. 

KT도 연초부터 통신 역량에 IT와 AI를 융합한 AICT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미 KT는 자체 초거대 AI '믿:음'을 개발하고 업그레이드를 지속해왔다. 그러면서 AI 기술과 서비스를 회사 내외부에 접목하는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KT는 콘텐츠·미디어·플랫폼 분야의 그룹사 역량을 한데 모으고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AI 기술을 콘텐츠 투자·제작·마케팅·관제 등 사업 전반에 접목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년 미디어 관련 사업 매출 5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자회사 KT클라우드도 AI전환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경기도 파주에 축구장 9배 규모의 초거대 IDC(인터넷데이터센터)를 새롭게 짓기로 했다. 이곳에서 생성형 AI 도입과 클라우드 전환 가속화로 인한 B2B(기업간거래) 고객 수요 증가에 선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LG유플러스는 IDC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할 구상이다. 이를 위해 파주 센터를 초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운영·관리에 최적화한 국내 대표적 'AI 데이터센터'로 키울 목표다.

LG유플러스는 AI 기술을 더욱 꽃 피우기 위한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황현식 대표가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스탠퍼드대, 조지아공대, 일리노이대 등의 AI 분야 석·박사 10여명을 만났다. LG유플러스는 생성형 AI 모델 '익시젠'(ixi-GEN)도 올 상반기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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