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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관둔 방통위원장, 통신업계 좌불안석

  • 2024.07.04(목) 10:25

1년여간 직무대행 포함 벌써 7번째 수장 교체
공정위 칼 겨누는데 방통위 정책 지속성 우려

서울 시내 한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에 게시된 이동통신 3사 로고/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방송통신위원회가 또 한번의 수장 사퇴로 사실상 휴업 상태가 되면서 통신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자칫 조(兆) 단위 과징금을 물을 수 있는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 등 얽힌 실타래를 풀어줄 관할 기관이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태여서다.

방통위는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면직된 이후 최근 13개월 간 직무대행을 포함해 무려 7번이나 수장을 교체했다. 지난 2일 김홍일 위원장도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본회의 탄핵소추안 보고 직전에 사퇴함으로써 이상인 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가 됐다. 

이로써 방송통신 현안을 다루는 방통위는 1인 체제가 됐다. 방통위 전체회의 소집이나 안건 의결을 일절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따르면 2인 이상의 위원 요구가 있어야 위원장이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의결 역시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후임으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지명됐지만 역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EBS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위한 '초단기' 위원장이 될 거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차기 위원장은 일단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임명 이후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차기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에서 안건을 의결하는 즉시 야권에서 다시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탄핵안 발의-위원장 사퇴-인사청문회'가 무한 반복될 수도 있다. 

통신업계는 좌불안석이다. 당장 현안이 녹록지 않아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으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 4월 이들 통신사에 검찰의 공소장 성격을 띠는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최근 10년간 휴대전화 번호이동 판매장려금과 거래조건, 거래량 등을 담합했다는 내용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담합 기간에 발생한 관련 매출의 최대 10%까지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그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 

판매장려금은 통신사들이 자사 할인율을 높이기 위해 휴대전화 판매점이나 대리점에 제공하는 일종의 지원금이다. 한도에 제한은 없지만 방통위는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법) 가이드라인으로 판매장려금 상한선을 30만원으로 제시했었다.

공정위는 이통3사가 판매장려금을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번호이동 실적을 공유했다고 봤다. 점유율이 떨어지면 장려금을 늘리고 높아지면 줄이는 식으로 담합해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징금 부과 여부와 그 규모에 대한 최종 판단은 연내 공정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이에 대해 담합이 아니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내고 공정위와 직접 대면해 제재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30만원이란 가이드라인으로 행정지도를 해 온 것도 방통위였기 때문이다. 김홍일 전 위원장 역시 사무처에 직접 대응을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사퇴로 당분간 적극적인 대응은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태다. 

통신사 관계자는 "현업에서는 자칫 수조원이 날아갈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업계를 대변해 줄 행정기구가 마비 상태이니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방통위가 정쟁에 휩싸이면서 그 피해를 업계가 떠안고 있다"며 "정책에 지속성을 기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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