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창업자 고(故) 김정주 회장의 부인 유정현 이사가 넥슨그룹 지주사인 엔엑스씨(NXC) 이사회 의장에 선임되면서 그룹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주목된다. 유 의장이 그룹 총수로서 굵직한 사안을 챙기는 최종의사결정권은 쥐고 있겠지만, 넥슨그룹이 올해 초부터 경영진을 새롭게 구축한 만큼 경영 일선에 직접 나서는 일은 드물 것이라는 전망도 떠오르고 있다.
NXC는 지난 2월29일 이사회를 열어 유정현 이사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졌다. NXC가 지난달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대규모기업집단현황을 공시하면서다. NXC는 유 의장 선임 배경에 대해 "이사회의 책임성 제고와 효율적인 이사회 역할 수행 지원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의장 선임은 유 의장이 1994년 김정주 회장과 함께 넥슨을 설립한 인물인데다 그동안 그룹 내 주요 회사를 두루 거친 까닭에 어느때보다 많은 관심을 모았다. 유 의장은 2002년 넥슨네트웍스(옛 넥슨SD)를 설립하고 대표를 지냈으며, 이후 넥슨 사내이사, NXC 이사·감사를 맡는 등 회사 최고경영진의 위치에 늘 존재했다. 게다가 유 의장은 2022년 김 회장 별세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넥슨그룹 총수로 지정된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NXC 측은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회장과 마찬가지로 경영일선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넥슨은 지난 3월 새로운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다. 가장 큰 특징은 넥슨에서 장기 근무한 '믿을맨' 위주로 중용한 것이다. 넥슨 일본법인 신임 대표이사에 '20년 넥슨맨'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를 앉힌 것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2003년 넥슨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사업본부 본부장, 사업총괄 부사장을 역임하고 2018년 넥슨코리아 대표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넥슨코리아도 신임 공동 대표이사로 강대현 최고운영책임자, 김정욱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를 선임했다. 강 대표 역시 2004년 신입사원으로 넥슨에 입사해 '크레이지 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넥슨의 대표 타이틀 개발을 맡았다. 김 대표의 경우 기자 생활을 거쳐 2013년부터 10여년간 넥슨에 몸담은 인물이다. 그는 특히 김 회장과 함께 2018년 넥슨재단을 세운 뒤 이사장을 맡는 등 김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룹 경영의 방향성이나 투자 등 굵직한 사안은 유 의장이 직접 챙길 것으로 관측된다. 총수로서 그룹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책임감이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된 배경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앞서 유 의장은 지난 2010년부터 2023년 3월까지 NXC의 감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했고 지난해 4월부터 사내이사로서 이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넥슨그룹은 유아용품과 애완동물 관련 기업 대부분은 관련 기업 '스토케' 계열과 합병하거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 등으로 정리한 바 있다.
이런 비게임 사업은 김정주 회장이 관심을 가지고 투자한 분야다. 김 회장은 NXC를 통해 레고 중개사이트 '브릭링크', 노르웨이 명품 유아용품 브랜드 '스토케',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비트스탬프 등을 인수했었고 골프장 사업도 추진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