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 회장이 저희와 얘기없이 일방적으로 본인의 뜻을 밀어붙여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30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녀(송영숙·임주현)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추진하는 전문경영인 체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모녀와 신 회장 측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한지 하루만이다.
모녀와 신 회장은 29일 한미사이언스에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했다. 의안은 이사회 구성원을 기존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리는 정관변경과 신규 이사 3명을 선임하는 안이다. 현재 이사회는 전체 9명 중 형제 측 인사가 5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임 대표는 "OCI그룹 통합 당시와 같이 이번에도 모녀나 신 회장 측으로부터 내용을 사전에 전달 받지 못했다"며 "가족 간 화합을 위해서라면 같이 논의를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제가 대표이사를 맡은지 3개월도 안 됐는데 신 회장이 큰 질책을 하면서 본인이 전면에 나서야겠다고 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임시주총 소집까지 오게 된 일련의 과정이 굉장히 호스타일(hostile·적대적인)하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했다.
임 대표는 신 회장이 입장을 바꾸면서 준비하던 해외투자 유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디테일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신 회장께서 입장을 바꾸면서 원래 가려고 했던 계획에 변화가 생겼다"며 "예정대로 였다면 오는 9월이면 구체적인 안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저도 한미헬스케어와 한미정밀화학을 전문경영인과 함께 경영했고 이 체계를 긍정적으로 본다"며 모녀와 신 회장이 추진하는 전문경영인 체제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신 회장이 아무런 설명없이 믿고 따라오면 된다고 하는 데 회사를 책임지는 한 사람으로서 섣불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임 대표는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도 본인과 같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가 더 이상 다른 요인에 의해 휘청거리는 게 싫다는 데 형제가 한목소리"라며 "신 회장이 우리와 함께 싸웠지만 갑자기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했던 이들과 똑같은 입장을 취하면서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신 회장이 형제 측에 등을 돌리고 표대결까지 갈 경우를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사를 여럿 만나면서 회사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는데 신 회장이 입장을 바꾸면서 아직 그와 같이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표대결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려우나 대응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