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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면 맞은 한미그룹 경영권분쟁…또 표대결 가나

  • 2024.08.01(목) 07:30

모녀-신동국 회장, 임시주총 소집 청구
형제 측과 이견 계속되면 표대결 재현
"임시주총 두 달 남아…대화 계속할 것"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왼쪽)와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 겸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지난 3월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호텔 신텍스에서 열린 제51기 한미사이언스 정기추추총회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 표대결에서 형제(임종윤·임종훈)를 지지했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석 달 만에 모녀(송영숙·임주현)측으로 돌아선 데 이어 이사회 개편을 시도하면서다.

형제는 모녀와 신 회장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선에 사실상 반대의사를 밝혔다. 임시주주총회 전까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또한번 표대결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양측의 지분율 등을 고려하면 분쟁은 이전보다 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정관변경 통과될까

모녀와 신 회장은 최근 한미사이언스에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했다. 안건은 이사회 구성 정원을 현행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리는 정관변경과 신규 이사 3명을 선임하는 것이다. 현재 이사회는 전체 9명 중 형제 측 인사가 5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모녀는 신 회장에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440만주를 매각하면서 경영상 의사결정을 함께하는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양측은 공익법인(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 지분을 포함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총 48.1%(3295만6438주)를 보유하고 있다.

임시주총이 소집돼도 정관변경 안건의 통과 여부는 확신하기 어렵다. 상법상 정관변경은 특별결의사항으로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에 출석한 주주들이 소유한 주식 수는 5962만4506주(전체 발행주식수의 87.1%)다. 임시주총에 이와 비슷한 규모의 의결권이 모이면 모녀와 신 회장은 정관변경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9.9%(679만3232주)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캐스팅보터는 누구

모녀와 신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국민연금의 표심을 얻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측은 한미사이언스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경영전문인이 전면에 서고 오너일가는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이들을 견제하는 구조다.

모녀는 지난 3일 신 회장과 낸 입장문에서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한다는 소문이 시장에 퍼지며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식 가치가 30% 이상 하락했다"며 "우리는 한국형 선진 경영체제 도입을 통해 한미가 글로벌 제약사로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어내더라도 정관변경의 문턱을 넘으려면 추가 의결권 확보가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정기주총 이후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잇달아 매각하면서 당시보다 1%포인트 하락한 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모녀와 신 회장은 소액주주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지난 3월 말 기준 소액주주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21.5%다. 최근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은 이 중 지분 2.2%를 보유한 소액주주연대를 만나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분쟁 장기화 가능성도

국민연금이 중립입장을 내는 등 모녀와 신 회장의 예상과 다르게 상황이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모녀와 신 회장이 제기한 이사선임 안건만 통과되면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다.

지난해 한국ESG기준원이 평가한 한미사이언스의 지배구조 등급은 업계 평균 수준인 B다. 국민연금이 개입할 만큼 개선이 시급하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모녀와 형제가 함께 경영에 참여했던 2021년에는 지배구조 부문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A등급을 받기도 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30일 입장문에서 "대주주들께서 언급했던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는 이미 가동되고 있다"며 "각 계열사와 부문별로 전문성 있는 리더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며 뉴 한미의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이것이 진정한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약 8%에 달하는 공익법인 의결권이 제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형제는 지난 3월 표대결에 앞서 법원에 재단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바 있다. 이는 표대결에서 형제가 승리하면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심리가 종료된 바 있다.

또 현재 모녀 측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 오너일가 친인척(임진희·임종호·임종민)이 형제 측의 손을 잡아줄 가능성도 있다. 지난 정기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 지분 3.0%를 보유한 친인척은 형제 쪽에 표를 던졌다.

만약 정관변경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경영권 분쟁은 시간싸움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관변경안과 달리 신규이사 선임안은 출석주주 과반의 동의만 얻으면 돼 모녀와 신 회장 측이 추천한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정원 10명, 형제측 5명, 모녀측 4명)을 감안할 때, 정관변경 불발시 모녀측은 1명만 추가 선임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시주총 이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형제와 모녀 측 이사 수가 각각 5명으로 동일해진다.

어느 쪽도 과반을 점유하지 못한 상황이 된다. 형제 측 이사들의 임기는 2027년까지다. 이 기간까지 모녀와 신 회장도 경영권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형제 측은 당장 모녀와 신 회장과 대립하기보다 최대한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형제 측 관계자는 "형제는 신 회장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면서 무척 곤혹스러워하는 상태"라며 "임시주총이 열리기까지 아직 두 달여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 형제가 신 회장과 지속적으로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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