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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패싱' 한미약품 사장, 전무로 강등…독자경영 선언

  • 2024.08.29(목) 11:13

박재현 대표, 인사·법무 직접 관장
임종훈 "지주사 근간 흔드는 항명"

박재현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3월 경기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한미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에 공개적인 반기를 든 박재현 한미약품 사장(사진)이 전무로 강등됐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지난 28일 오후 박재현 대표를 사장에서 전무이사로 직위 강등하는 인사명령을 냈다. 또 그를 제조본부를 제외한 모든 관할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박 대표가) 지주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항명성 인사명령을 기습적으로 내 이에 대해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1시간여 앞서 인사발령을 낸 게 발단이 됐다.

한미그룹 인트라넷에는 박 대표가 그동안 맡아왔던 국내사업본부·제조본부·신제품개발본부뿐 아니라 경영관리본부를 신설해 새롭게 맡는다는 내용의 한미약품 인사가 떴다. 한미사이언스와 사전협의 없이 이뤄진 발표다.

신설하는 경영관리본부에는 인사팀과 법무팀을 두기로 했다. 그간 한미사이언스가 관장하던 업무를 계열사가 독자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특히 박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지난 3월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취임한 이후 지주회사를 떠났던 임원을 한미약품 임원으로 다시 데려오는 초강수를 뒀다.

임 대표 취임 후 한미사이언스에서 한미약품으로 적을 옮긴 이승엽 상무를 전무로 승진하며 인사팀을 맡기고, 회사를 아예 관뒀던 권순기 상무를 전무로 영입해 법무팀을 담당하도록 했다. 임 사장으로선 인사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다.

권 상무는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전략기획실은 라데팡스파트너스가 모녀(송영숙·임주현)의 자문업무를 맡기 시작했던 2022년 지주회사 안에 설립된 조직이다.

형제(임종윤·임종훈)는 라데팡스가 가족 간 갈등을 부추겼다고 보고 지난 3월 지주회사 경영권을 확보한 후 전략기획실을 해체했다. 이 때 떠났던 권 상무가 한미약품에 복귀한 것이다. 

박 대표가 형제 측과 갈등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오너일가의 장남인 임종윤 이사가 회장으로 있는 코리그룹이 한미그룹의 중국법인인 북경한미와 부당내부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임종윤 이사는 그가 대주주로 있는 디엑스앤브이엑스(DXVX)를 통해 이에 반박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인사조치로 박 대표는 직위가 강등됐으나 대표이사직은 유지하게 된다. 대표이사 해임은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박 대표의 이번 인사는 모녀와 신동국 회장과 교감 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박재현 대표이사 중심의 독자경영을 본격화한다"면서 "이는 한미약품그룹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회장과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이 주장해 온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의 첫 시작"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은 형제 측이 잡고 있으나 한미약품은 박 대표를 전면에 내세운 모녀와 신 회장이 쥐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그동안 한미약품은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로서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와 손발을 맞춰왔다"며 "이제 새롭게 시작되는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 중심 독자 경영 성과가 지주회사 등 전사의 선진적 경영 구조 확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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