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가 이미 수차례 미뤄진 가운데 정치권에서 또 과세를 연기하는 법안을 발의해 시장과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과세 유예에 대한 뚜렷한 근거없어 정치 논리만 우선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등 여당 의원 11명은 지난달 26일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골자는 가상자산 과세를 3년여 후인 2028년 1월부터 시행하자는 것이다.
송 의원 등은 개정 이유에 대해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돼 있는 지금 소득세까지 부과된다면 대다수의 투자자가 시장을 떠날 것으로 예상돼 당장 가상자산에 대한 성급한 과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앞서 정부가 내놓은 안보다 과세를 1년이나 더 미뤘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내년 예정된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해 2027년부터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같은 안을 지난 7월 발의한 후 폐기했다가 최근 다시 발의했다. 국정감사 이후 바로 이어지는 정부 예산안 심사 때 해당 개정안을 함께 다뤄 신속하게 처리하기 목적으로 보인다.
투자자들과 관련업계 사이에선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과세원칙과 조세 형평성 등이 흔들릴 수 있어 우려되는 점도 있다.
애초 가상자산 과세는 지난 2022년 처음 시행될 예정이었다. 2020년 하반기 과세 논의가 시작된 후 관련법에 과세 근거를 마련했으나 2022년에서 2023년, 2023년에서 2025년, 다시 2025년에서 2027년으로 세 차례 연기 수순을 밟게 됐다.
현재 여당이 내놓은 세법 개정안을 적용하게 되면 과세 논의가 시작된 이후 실제 과세까지는 무려 8년이나 걸리게 되는 셈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가상자산 관련 법규정 미비 등으로 과세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제정되고 과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간도 수년이 흐른 만큼 더 이상 과세 유예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무법인 관계자는 "한두번도 아니고 과세가 계속 연기된 건 인프라 구축이나 실무상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며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과 다른 투자자산과 형평성 차원에서도 과세 체계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회계관련 스타트업 관계자도 "시황이 나빠 과세를 미룬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정치권이 표 관리만 하지 말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거시적인 안목에서 안정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 소득금액에 대한 20% 과세시 연간 최대 1조원의 세수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안 의원은 "2022년 시행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준비 미흡을 이유로 3년째 유예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