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가 2년 더 연기되면서 투자자와 업계가 환호하고 있다. 납부액에 대한 손익 계산보다는 세금 부담과 시장 위축 우려 해소 등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다만 소액투자자들의 환호와 별개로 실제 과세 유예로 얻는 이득은 고래 투자자와 업계가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정치권은 가상자산 소득세 부과를 2년 연기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줄곧 과세 유예를 반대해 왔지만 여론의 강한 반발에 결국 급선회했다.
이로써 가상자산 매매차익에 부과되는 소득세는 오는 2027년으로 미뤄졌다. 향후 세부사항에 대해 수정과 보완을 거치겠지만 2027년 1월1일 이후 양도·대여분부터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 되며, 소득금액은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 거래 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차감해 계산한다. 차익에 대한 기본공제는 연 250만원이며 세율은 22%(지방소득세 2% 포함)이다.
결국 과세는 연기됐지만 국내 투자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액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오히려 고액 자산가들과 가상자산거래소 등 업계가 더 큰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금융당국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말 국내 전체 투자자 778만명 중 100만원 미만 소액투자자는 60%가 넘는 500만명에 육박한다.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투자자 약 600만명이 500만원 미만을 투자하는 개미 투자자들이다.
특히 국내 소액투자자 80~90%는 비트코인(BTC) 등 주요 코인 보다는 시세 변동이 큰 알트코인, 일명 '잡코인'에 투자해 지금도 손실을 복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과세를 내년에 해도 차익 여부와 기본공제 등을 고려시 실제 세금 부담이 큰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세무법인 관계자는 "여론 반발에 부딪혀 정치권이 급하게 과세 유예로 후퇴했지만, 그 과정에서 예상 세액과 부과 대상 등 세부 내역은 전혀 검토하지 않은 것 같다"며 "알트코인에 치중된 국내 대다수 투자자는 누적 손실도 크고 기본공제 250만원 등을 제하면 내년에 과세를 해도 세금 부담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비해 고액자산가 등 고래 투자자들은 훨씬 더 큰 혜택을 보게 됐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세무회계 플랫폼 관계자는 "이번 과세 유예는 보유 자산 신고와 세금 부담이 큰 고액자산가들에게 희소식"이라며 "고래들은 시장 양성화와 제도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개미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과세에 반대했지만, 사실상 과세 유예는 개미보다는 큰 손과 거래 활성화에 따른 거래소가 직접 수혜 대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