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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 2013.11.13(수) 13:34

레드 카펫만 깔린 인생은 없다. 구질구질하고 상처투성이에 눈앞이 아득할 때가 많은 게 인생이다. 화려한 날은 짧고 시련의 날은 길다. 기업 역시 잘나갈 때보다 어려운 시기가 더 많다. 2013년 오늘, 기업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웅진 STX 동양 팬택 대한전선 등은 쓰나미에 휩쓸리듯 힘 한번 못써보고 쓰러졌다. 기업마다 몰락한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뼈대는 닮아있다.

웅진그룹은 오너의 과욕이 화를 부른 측면이 크다. 윤석금 회장은 “나는 끈기 있는 사람으로 어떤 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성공시킬 것”이라는 신조로 살았다. 자수성가한 기업인들은 자존심이 강하고 자기확신이 넘친다. 자기확신은 사업을 끌어가는 강력한 동력이지만 지나치면 자기기만에 빠진다. 자기 꾀에 자기가 당하는 것이다. 웅진은 극동건설을 인수하며 건설업을 본격화 했을 때부터 경고음이 울렸지만 윤 회장은 도리어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다.

 

 

의사결정을 내린 후 시간이 지나면서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근거가 나타나도 궤도를 수정하지 않고 투자를 더 늘리는 현상을 심리학에선 ‘몰입상승효과’라고 한다. 권한과 책임이 오너에게 집중돼 있는 기업일수록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성공에 대한 경험도 독이 된다. 도널드 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잘 나가던 기업이 갑자기 실패하는 이유를 ‘활동적 타성’에서 찾는다. 과거의 성공 방식을 답습하다가 몰락한다는 얘기다. STX는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렸다. STX팬오션(해운)과 STX조선해양(조선)은 호황을 타고 글로벌 기업으로 약진했다. STX조선해양은 세계 최대 크루즈선 업체 아커야즈를 인수하고 중국 다롄에 초대형 조선소를 지었다. 덩치를 키울수록 수익이 늘어나자 공룡처럼 덩치를 더 불렸다. ‘덩치 불리기’란 성공 방식을 답습하다 위기가 닥치자 고꾸라진 것이다.

계열사 간 폭탄 돌리기 끝에 무수한 개인투자자를 파산으로 몰고 간 동양은 오너가 ‘확증편향’에 빠진 경우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걸 말한다. 현재현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단 한 번도 실패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법정관리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울린 경고음을 무시한 채 자기 입맛에 맞는 정보만 보고 들은 것이다.

세계적 경제학자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에서 기업의 몰락을 5단계로 설명한다. ①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고 ②자만심은 더 많은 욕심을 내게 되고 ③욕심에 눈이 멀어 위험을 부정하고 ④결국 구원을 찾아 헤매면서 극약처방을 하지만 ⑤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자수성가한 기업인들은 이런 몰락 과정을 한층 더 극명하게 보여준다. 창업에 성공한 중소·중견기업인들은 ‘샐러리맨 신화’의 실패사례가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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