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용어 중 '확증편향'이란 말이 있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반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많은 정보 속에서 '판단'을 내려야하는 CEO들은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확증편향은 몰락한 기업의 CEO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CEO들이 확증편향에 빠지면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 있다. 바로 '비선(秘線) 조직'을 둔다는 점이다. CEO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고 실행에 옮기는 비선 조직은 CEO들에게 매력적이다.
비선은 CEO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발탁한 사람들이다. 그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고 비밀스럽다. 따라서 용인(用人)시 신중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패한 기업의 CEO들은 대부분 이를 망각한다.
동양그룹의 몰락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 김원홍 SK해운 고문 등이 대표적이다.
▲ 동양그룹은 비선조직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비선조직이 경영에 깊숙히 관여하면서 경영진간 충돌이 빚어졌고 이는 결국 동양그룹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
김철 대표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을 등에 업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의 공조직과 김 대표가 지휘한 부인의 비선조직간의 갈등이 컸다. 이것이 동양그룹 몰락에 일조를 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무속인 출신인 김 고문에게 수천억원의 돈을 맡겼다. 김 고문은 이 돈으로 선물 등에 투자했고 큰 손해를 입었다. 최 회장은 김 고문을 믿었다. 급기야 계열사의 돈까지 맡겼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현대그룹도 유사한 범주다. 최근 검찰은 현대그룹의 비선으로 지목된 황 모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황 씨는 그룹 내 각종 사업과 관련된 용역을 독점하는 등 각종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대증권 노조의 경우 그가 그룹의 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STX그룹의 경우도 오너의 '용인(用人)' 실패 사례로 꼽힌다. 여타 기업처럼 비선 조직을 가동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너 측근 참모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STX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시그널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STX그룹은 구조조정에 대해 주저했다. 상황이 악화된 후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실기(失期)'의 대가는 컸다. STX그룹은 현재 사실상 해체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