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이 그동안 보여준 독특한(?) 문화는 신한금융 사태를 더 충격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한 회장의 구원투수 역할에 특별히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신한금융 사상 초유의 혼란을 해결한다는 차원보다는 수면 아래로 묻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았던 사실도 부인할 수 있다.
한 회장은 그동안 갖춰진 신한금융의 시스템 속에서 주어진 소임을 충실히 했다. 최근 3년의 경영성과는 신한금융이 얼마나 좋은 금융회사인지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금융지주회사 부문에서 실질적인 1위 자리를 차지했다. KB금융과 우리금융, 하나금융조차도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역시 신한금융의 저력이다.
그런데 금융계의 해석은 엇갈린다. 신한금융의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았다고 보는 해석이 조금은 더 다수를 차지한다. 그동안 잘 구축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큰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은 안정적인 시스템적이 KB, 우리, 하나가 주춤한 것과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 회장의 공(公)을 헐뜯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의 우월성과 안정성을 확인했다고 해서 현재의 위치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다시 신한금융 회장 자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시스템과 사람(CEO)의 문제는 가끔 충돌한다. 시스템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라는 논쟁도 관련이 있다. 보통 시스템은 위기에서, CEO의 역량은 혁신이 필요할 때 좀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고들 한다. 신한금융 한 회장의 집권 시기는 위기의 시대였다. 조직은 크게 술렁거렸다. 전 세계 금융산업에는 찬바람만 쌩쌩 불었다. 이렇게 3년이 지났다. 한 회장 3년은 그렇게 흘렀다.
신한금융을 흔히 순혈주의가 지배하는 회사라고 말한다. 외부 경영인을 허용하지 않은 역사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신한금융만큼 여러 종족이 엉킨 조직이 어디 있는가. 창립 때부터 다른 은행들에서 신한금융에 합류했다. 현재는 옛 조흥은행 직원들이 더 많다. 그렇다면 지금의 신한은 신한이 아니라 조흥인가.
중요한 것은 신한 ‘출신’이라는 것이 아니라 신한의 조직에 도도히 흐르고 있는 ‘문화’다. 그것이 순혈을 가르는 기준이라면 신한금융은 분명히 순혈주의다. 그렇다면 그 순혈주의는 긍정적인 의미다.
현재 신한금융의 새 수장을 둘러싼 판세는 한동우 현 회장과 이동걸 전 부회장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신한금융 이사회와 회장추천위원회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결정권을 쥔 회추위의 생각이라기보다는 주변의 이런저런 의견에 가깝다.
신한의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은 많다. 신한 출신이면서도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다른 은행으로 옮긴 젊은 임원들도 많다. 그들은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신한이 이미 뿌린 씨앗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신한금융 이사회와 회추위가 미래를 책임질 인물을 찾는다면 좀 더 진지하고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를 잘 관리했다고 해서 10년 미래를 잘 그릴 혜안도 있는지는 회추위가 봐야 할 대목이다. 현 정권과 이런저런 인연이 있다고 해서 신한의 문화를 지키는 데 유리하다는 생각도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
진정으로 ‘신한 웨이(Way)’를 지키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