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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차기 회장 레이스 관전법Ⅱ

  • 2013.12.06(금) 17:55

신한금융그룹 회장 선출을 위한 마지막 관문에 오를 세 명의 후보가 결정됐다. 한동우, 이동걸, 홍성균. 이 세 명 중 한 명은 오는 11일 회장추천위원회의 면접을 거쳐 신한금융그룹을 3년 동안 이끌 수장에 오른다.

개인적으론 더 없는 영예다. 신한금융그룹 2만여 직원은 자신을 이끌 오야붕(親分, おや-ぶん, 일본말로 두목•우두머리를 뜻하는데, 이 단어엔 ‘친부모처럼 의지하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을 모시는 것이니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신한금융의 이번 회장 선임을 관전하는 사람 입장에선 별로 재미없다. 애초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어서다. 신한금융그룹의 고위급 인사가 이처럼 시시콜콜하게 하나하나 외부에 고지된 적도 없다. ‘신한 사태의 후폭풍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마저 든다.

◇ 예상을 외면하지 않는 회추위 행보

이들 세 명은 예상대로 마지막 결승 라운드에 진출했다. 여전히 한동우 현 회장이 우위에 서 있다. 어떤 이들은 예상을 깨지 않는 회추위의 의사 결정을 보면서 “원안대로 간다는 생각도 든다”고 전한다. “마치 잘 짜진 각본 같다”는 말도 들린다.

누가 봐도 한 회장은 신한 사태 이후 조직을 안정적으로 추슬렀다. 구원투수로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는 사람도 있다. 나머지 두 사람은 그룹을 떠난 지 꽤 시간이 흘러 현재의 회추위 위원들이 성과평가를 할만한 근거가 많지 않아 보인다. 한 회장은 요즘 대(對) 언론 협력 제스처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모두 홈그라운드 어드밴티지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한 회장이 상당히 유리한 게임이라는 것이 관전평을 내놓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결정적으로 선발권을 쥔 회추위원들이 모두 한 회장을 잘 안다. 모든 위원이 라응찬 전 회장과 한동우 회장의 권력 교체기 때 선임된 분들이다. 한 회장 입장에선 무엇보다 확실히 믿는 구석이다.

◇ 신한 사태를 등에 업은 이동걸 후보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은 외부 세력을 등에 업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에 나름 기여했다. 그 여세를 몰아 힘을 다하고 있다. 다만 3년 전 ‘신한 사태’의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전 부회장은 조금 더 약진할 수도 있고, 반대로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

신한 사태가 근본적으로 그들의 폐쇄적인 문화에 기인한다고 보면 외부로부터의 충격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논리가 그렇다. 기본적으로 신한 DNA를 가진 이 전 부회장이 그런 측면에서 외부의 곱지 않은 시각을 누그러뜨릴 여지가 있다고 보는 해석이다.

신한 사태의 파장은 정치권과 정부의 신한금융그룹에 대한 간섭의 여지를 만들었다. 그러나 ‘신한 DNA 깃발을 더 높이 치켜들자’는 내부의 정서도 더욱 강건해지는 분위기다. 우리 금융사(史)에서 충격적인 요법의 외부 CEO 영입이 좋은 성과를 낸 적이 거의 없다는 점도 이런 깃발의 명분이다. 교포 주주들에게 이런 관점이 더 약하다고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홍성균 전 사장은 2파전 구도로 흐르던 게임을 3파전으로 돌려놨다. 홈 어드밴티지를 이용한 회장 선임 룰에 대한 사내•외 반발이 늘어난 것이 계기가 됐다. 룰 변경으로 막차를 탔다. 홍 전 사장은 어쨌든 포스트 라응찬 후계 4인방 중 한 사람이었다. 4인방은 신상훈, 최영휘, 한동우, 홍성균이다.

◇ 역사는 돌고 돈다? 홍성균 카드가 재밌는 이유

잠시 숨을 돌려 이들 4인방의 권력 투쟁 역사를 보자. 라응찬 전 회장이 지주회사 사장을 하면서다. 서서히 후계자를 만들어야 했던 신한금융그룹과 라응찬 전 회장은 신상훈, 최영휘로 후계자를 압축했다. 신상훈 전 사장이 은행장에 오르면서 큰 가르마가 타졌다.

홍성균 씨는 LG카드를 인수하기 전의 조그만 신한카드 사장으로, 한동우 현 회장도 업계 중소형사인 신한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영휘 씨는 당시 라응찬 회장을 직접 보필하며 지주회사 사장을 맡았다. 최영휘 씨는 지주 사장에 오른 지 2년여 만인 2005년 5월 갑작스러운 이사회의 보직 해임이라는 방식으로 신 사장과의 레이스를 끝내지 못하고 물러났다.

신한 사태로 한동우 씨가 구원투수로 등장했고, 또 한 명의 4인방 중 한 명인 홍성균 씨가 이번 레이스에 참여하면서 그나마 흥미를 끌게 됐다. 특히 신한금융그룹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영향력을 행사해온 교포 주주들과의 끈이 살아있는가가 관전 포인트다.

신상훈 전 사장과 홍성균 전 사장은 같은 시대 신한금융그룹을 이끌면서 교포 주주들을 관리해왔다. 신 전 사장이 오사카, 홍 사장이 도쿄 주주들을 맡았다. 신한은행 오사카 지점장과 도쿄 지점장이 맡는 굉장히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 라응찬 전 회장은 어떻게 생각할까?


신한금융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이번 회추위 위원인 교포는 두 명이다. 이들은 홍 전 사장과 깊은 인연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안면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이동걸 전 부회장은 이보다는 못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인연이 있다는 사실이 차기 회장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가 아니다. 없는 것보단 낫다는 정도의 의미일 거다.

봐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현재 일선에서 물러난 라응찬 전 회장의 영향력 또는 변수를 얼마나 볼 것인가의 문제다. 현재 회추위를 꾸리고 있는 이사회 멤버들은 한 명의 제외하고는 모두 라응찬 전 회장이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중에 선임한 고부인(재일교포 주주) 씨만이 한동우 회장 집권 중에 선임됐다.

신한 사태를 둘러싼 소송 과정에서 라응찬 전 회장의 건강 상태가 일부 알려졌다. 그러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라 전 회장의 건강 상태를 알려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지는 않아 보인다. 건강이 예전만은 아닐지라도 판단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주장도 꽤 있다.

그렇다면 라 전 회장의 의중이 결국 가장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현재 회추위원 대부분은 라 전 회장이 임명한 것이나 다름없고, 국내에서의 장기집권 운운에도 불구하고 교포 주주들에겐 여전히 가장 신뢰를 받고 있는 사람이 라 회장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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