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 현 회장과 함께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에 오른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회장 선임 구조는 편파적이고 불공정하다고 밝혔다. 한 회장의 연임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불합리한 내용이 시정되지 않으면 후보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쳐, 한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 전 부회장은 현 회장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30분에 불과한 면접시간을 꼽았다.
기존 회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들과 지난 3년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교감해온 반면 다른 후보들은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짧은 면접으로 자질을 검증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얘기다.
이 전 부회장은 “아름다운 승복이라는 결과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절차의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내년 주총 일정을 고려할 때 22일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선임 일정을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회추위에 건의했다.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후보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엔 “그때 깊이 생각해보겠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또 “주변에선 지금처럼 편파적이고도 불공정한 경선에 왜 들러리를 서느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도 꼬집었다.
◇ 불공정 논란 확대…한동우 회장 타격 불가피
이 전 부회장은 불법 계좌조회 논란과 대출이자 과다수취, 정성평가를 통한 경영평가등급 상향조정 등을 거론하면서 한동우 회장의 도덕성과 관리 능력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전 부회장은 “최근 불거진 여러 가지 사건사고로 총체적 난국으로 이어지는 조직의 헝클어진 실타래를, 이제 새로운 리더십에 맡기고 아름다운 승계의 ‘새문화 시작’을 내외에 알려야 한다”면서 한 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신한금융 일부 퇴직자들에 이어 한 회장과 함께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 전 부회장마저 불공정 시비를 제기함에 따라 회추위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을 보인다. 한 회장도 회장 선임 규정을 만든 장본인으로서 불공정 논란을 피해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금융당국도 절차상 불공정 소지가 발견되면 회장 선임 후에라도 문제로 삼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후폭풍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신한금융 회추위는 애초 11일 오후 한 회장과 이 전 부회장, 홍성균 전 신한카드 부회장 등 3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한 뒤 12일 이사회에 최종 후보 1명을 추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전 부회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일정이 더 늦춰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