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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ay]③서부 벨트를 꿈꾸는 신한금융

  • 2013.10.30(수) 14:07

[리딩금융을 향한 서로 다른 길]
충청권(옛 조흥) 진입 후 제주 찍고 광주로 돌진


신한금융이 광주은행을 대단히 매력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더 큰 관심은 솔직히 우리 F&I다. 우리 F&I는 2001년 설립된 국내 1호 민간 배드뱅크다. 부실채권을 할인해 사들이고 이를 회수해 차익을 얻는 것이 주 수입원이다. 지금까지 평균 투자회수율은 120%, 투자원금회수기간은 2년 내외로 꾸준히 양호한 실적을 냈다. 평균 ROA도 3~4%로 은행과 증권사보다 높다.


부실채권(NPL) 시장이 두 회사의 과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NPL 시장은 연합자산관리(UAMCO)와 우리 F&I가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금융시장이 별로 나아질 것이 없다면 부실채권은 더 쏟아질 것이고, NPL 회사들의 파이는 더 커진다. 실제로 2009년 말 약 16조 원이었던 국내 부실채권잔액은 올해 2분기 말 약 25조 원으로 늘었다.


◇ 서부 벨트의 꼭짓점 광주은행


광주은행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도 명확하다. 다분히 하나금융을 의식하고 있다. 기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은행업에서도 분명한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2012년 말 현재 은행별 시장점유율은 KB(19.8%), 우리(19.6%), 하나(17.2%), 신한(15.9%) 순이다.

순익 측면에서도 기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합친 결과는 신한금융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5개년 결산 평균 당기 순익은 하나(1조 6854억 원), 신한(1조 5204억 원), 우리(1조 4141억 원), KB(1조 932억 원) 순이다. 우리은행은 매각이 성사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 문제로 당분간 침체가 예상된다. KB국민은행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격차는 좀 많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언제쯤 합병 시너지를 제대로 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하나금융은 사실 첫 은행 M&A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의욕적으로 서울은행을 사들였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조흥은행 합병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 2006년 13.4%에서 2012년 15.9%의 예수금 기준 점유율 상승을 이뤄냈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서울은행 인수 이후부터 외환은행 인수 이전까지 11%대의 시장 점유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국신용평가는 설명했다.

이를 견제하는 방법은 결국 은행업의 포지션을 조금은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정리한 셈이다. 광주은행은 4개년 평균 당기 순익이 1000억 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한금융 입장에선 광주은행은 한반도 서부 벨트를 마무리하는 꼭짓점이기도 하다.

과거 조흥은행은 충청권에서 매우 강한 은행이었다. 이를 고스란히 이어받았고, 제주은행을 이미 접수한 상태에서 호남권의 광주은행마저 손에 넣으면 그렇게 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과 시너지 확보에 주춤한 사이, 신한은행이 조흥은행 합병 과정에서의 노하우를 이번에도 발휘하면 하나금융과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 10조 원의 돈을 쓰는 방법


KB와 신한금융이 이번 M&A 시장에서 쓸 수 있는 돈은 대략 10조 원 정도다. 외부 차입분을 제외하더라도 3조~6조 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최대치를 분석한 결과다. 내부 자금만으로 신한은 6조 6000억 원, KB는 3조 4000억 원가량을 만들 수 있다. 농협은 1조 8000억 원 수준이다.

M&A 과정에서 흥행 기미가 보이는 우리투자증권의 값이 얼마나 더 올라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모두 돈이 문제는 아니다. 두 금융그룹이 금융산업 리더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돈이 아니라, 앞으로의 금융산업을 보는 혜안과 전략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M&A는 성장을 위해 매우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무조건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신한금융과 KB금융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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