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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국수 먹으면 오래 산다고 믿었을까?

  • 2015.08.28(금) 08:31

▲ 삽화: 김용민 기자/kym5380@

옛말에 국수를 먹으면 오래 산다고 말했다. 때문에 예전에는 환갑잔치나 아이 돌잔치에 국수를 빼놓지 않았다. 국수가 장수의 상징이 된 이유로 보통 기다란 면발을 꼽는다. 국수면발처럼 길게 오래 살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기다란 면발과 오래 사는 것이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을까? 단순히 국수의 생김새가 기다랗기 때문에 국수처럼 오래 살라는 믿음이 생겼을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과학과 거리가 먼 옛날 사람이라고 그렇게까지 단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수와 국수 면발은 관련이 있다. 다만 국수 생김새 때문이 아니라 국수의 발달 역사와 관련이 있다. 밀을 빻아 만든 밀가루 음식이 처음 발달한 것은 기원전 2-3세기 무렵인 중국 한나라 때다. 이 무렵에는 밀을 거칠게 빻아 간신히 반죽을 했을 정도다. 이렇게 빻은 밀가루로 간신히 만두를 찐 것이 3세기 무렵이다. 국수처럼 면발이 길어지려면 밀을 곱게 빻아야 한다. 수차(水車)와 물레방아의 도입으로 제분기술이 발달해 국수 면발이 길어진 것이 7-9세기 당나라 무렵이다.

 

이 무렵 국수를 비롯한 밀가루 음식은 중국의 상류 계층만 먹었던 음식이다. 특히 귀한 국수는 생일상이나 잔칫상에서나 볼 수 있었다. 일반 서민들은 귀리나 수수와 같은 잡곡, 심지어 지금은 잡초로 취급하는 피로 지은 밥을 먹고 지냈다. 그러니 영양이 풍부한 밀을, 그것도 곱게 빻아서 길게 늘인 국수를 먹으면서 이런 음식을 날마다 먹을 수 있다면 길게 늘인 면발만큼이나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국수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생겨난 배경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국수 먹으면 오래 산다는 소리를 하게 됐을까?

 

기록을 보면 역시 국수 면발이 길어지기 시작한 시점이 당나라 무렵으로 추정된다. 문헌상으로 당나라 때부터 사람들이 국수를 먹으며 오래 살기를 소망했다는 기록이 보이기 때문이다.

 

12세기 무렵인 중국 남송 때 학자인 주익이 쓴 ‘의각료잡기’라는 문헌이 있다. 잡기(雜記)는 문자 그대로 당시의 세상사를 잡다하게 모아서 기록한 책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당나라 사람들은 생일날 다양한 탕병(湯餠)을 먹는데 세상 사람들이 이 음식을 소위 장수를 소원하는 국수(長命麵)”이라고 부른다고 적었다. 당나라와 송나라 때는 탕병이 단지 떡국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라 지금의 국수까지를 포함하는 낱말이었다. 

 

남송보다 앞선 북송 시대 때 사람인 마영경 역시 지금의 백과사전 형태의 ‘라진자’라는 책을 남겼다. 여기에 당나라 시인 유우석이 쓴 시를 인용해 놓았는데 벼슬을 떠나는 진사 장관(張盥)이라는 사람의 송별회 자리에 초대를 받아 국수를 먹으며 지은 시다.

 

먼 길 떠나는 장관에게 축복을 빌어주는 내용으로 일부를 풀이하면 “의자에 귀한 손님으로 앉아 젓가락을 들어 국수를 먹으며 하늘에 사는 기린만큼 오래 살기를 기원한다.”는 노래다. 기린은 동물원의 기린이 아니라 천년을 산다는 전설 속 동물이다.

 

이제 필자도 송별을 고한다. 연재를 마치며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좋은 음식 드시며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시기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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