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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 가을여행 어때요?

  • 2019.10.18(금) 10:00

[페북사람들] 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가을이 점점 익어간다.

아침저녁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제법 두툼한 가을옷 속으로 새어들면

왠지 쓸쓸하고 또 허전한 마음에

바쁜 출퇴근길 한동안 멈춰 서서

하늘을 힐끗 쳐다보기도 한다.

가을은 그렇게 모든 걸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그런 계절이다.


더 높아지는 하늘과 화창한 날씨

가을날 집에만 있기 아깝다만

또 멀리 가기엔 부담스럽다면

가볍게 떠날 가을 여행지가 있다.

학창시절 소풍 가는 마음으로

김밥도 싸고 보온병에 음료도 담아

운동화 신고 가을여행을 떠나보자.


서울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내린 후에

하늘공원 정문을 지나쳐

강변북로 쪽으로 쭉 걷다 보면

월드컵공원 삼림욕장길을 만난다.

900m가량 시원하게 뻗은 비포장길이

아름다운 숲과 함께 기다린다.

높은 가을하늘과 맞닿을 정도로

하늘로 솟은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이

답답한 마음을 시원케 해준다.


길 끝으로 걸어 나오면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갈림길 곁에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전시실이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지난 2006년 개관했다.

현재 이곳에 입주한 작가 5명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회 주제는

'천하대란 천하대치_난시,난청,난감,난지'

미디어의 발달로 지구촌은 더 가까워지고

홍수처럼 많은 지식들이 쏟아져 나온다.

갈수록 교류는 활발해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중요한 것은

여전히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진정으로 느끼고 제대로 알아야 할

중요한 것들은 점점 사라지거나

숨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그 옆으로 300여 계단을 올라가면

난지도 하늘공원으로 이어진다.

쓰레기 매립지였던 하늘공원은

자연생태계 복원 사업을 통해

지난 2002년 5월 새롭게 탄생했다.

이달 18일부터 25일까지 7일간

'제18회 서울억새축제'가 열린다.

전국 23개 시도에서 일일이 가져와

식재한 억새풀 장관을 볼 수 있다.

억새 사이로 미로처럼 만들어진

억리단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다양한 촬영 스폿도 만날 수 있다.


하늘 같은 드넓은 공원에서

부지런히 가을 추억을 남기다 보면

어느새 서쪽 하늘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노을 풍경을 볼 수 있다.

노을빛으로 물드는 억새밭의 장관은

마음에 담기엔 부족할 만큼 아름답다.

지그시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가을 사색에 잠기는 이들도

여기저기서 만나볼 수 있다.


억새풀축제가 열리는 일주일동안

밤 10시까지 야간에도 문을 연다.

평일 매일 밤 7시와 8시 정각

10분씩 펼쳐지는 오색빛깔

'억새 라이팅쇼'도 장관이다.

억새 사이로 스치는 가을바람 소리와

내 키보다 큰 억새 사이를 거닐면서

그렇게 가을밤을 즐기다 보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한번에 

모두 다 날려버릴 수 있다.

걷기가 조금 귀찮거나 불편하다면

공원 입구서 맹꽁이 전기차를 타면

정상까지 10분이면 갈 수 있다.


파란하늘 가을바람에

은빛물결 파도치는 억새꽃도 좋고

노을빛으로 물드는 억새꽃도 좋고

오색빛깔 화려한 라이트 빛에

따뜻하게 빛나는 억새꽃도 좋다.

말 그대로 가을축제가 열린다.

피곤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억새바람에 날려버리자.

가을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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