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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보영의 페북사람들]무악재 낭만닥터 안사부

  • 2020.07.24(금) 15:56

TV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을 보면

저런 진짜 의사가 한 명쯤은

있었으면 하면 생각을 하게 된다.

환자를 위한 사명감을 가진 의사

그런 의사들이 주변에도 있다.

서대문구 홍제동을 지나다 보면

잘 눈에 띄지 않는 병원이 보인다.

안희권 원장은 병원을 열면서

인테리어 업자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안희권 이름 석 자만 나오게 해달라고.

"1998년 병원을 개원할 때

주변에 이 건물만 덜렁 있었어요.

병원을 홍보하려면 이것저것 필요한데

저는 안희권 이름 세 자만 걸었어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죠.

진실로 의료인의 길을 걷는다면

이름만 보고도 환자들이 찾아올 것이란

확실한 믿음이 있었던 거죠."

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안 원장을 알기에 기다림에 익숙하다.

"오늘 내시경 검사를 받은 환자 중에

암이 의심되는 분이 있었어요.

얼마 전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불편함과 통증을 호소했다고 해요.

그런데 단순 신경성으로 판단했어요.

저는 소화기 내시경 전문의입니다.

위장병은 병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병리적인 부분과 기능적인 부분인데

암이나 위궤양 등은 병리적 부분이죠.

아프다고 다 암은 아니니까

기능적 장애도 볼 필요가 있어요.

많은 의사들이 병리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만 이야기하곤 해요.

환자에게 병리적 장애가 없다면

보이지 않는 기능적 장애까지 고려해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현대인들은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에 계속 노출되어 있죠.

사실 내과 질환 대부분이

신경성 스트레스가 원인입니다.

약이 아무리 좋아져도

스트레스를 줄이지 않으면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습니다.

특히 위장은 신경의 지배를 받아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최우선이죠.

꾸준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 안에 가스가 차곤 하는데

가스가 위장 운동을 방해하며

출구를 찾지 못해 갇히게 되죠.

고여 있다보면 장이 늘어나고

장이 늘어나면 운동이 안 되면서

위장 문제의 시작점이 됩니다."

"초창기 일본에서 배우기도 했고

내시경 검사를 워낙 많이 하다 보니

그만큼 여유가 좀 생겼어요.

여유가 생긴 건 조금 더 객관적으로

환자를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내시경 검사를 많이 하다 보면

앞쪽에서 보면 다 똑같은데

옆에서 보면 다른 경우가 있어요.

검사에선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뭔가 계속 아프고 불편하면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기능적인 부분을

한 번 더 생각하고 연구하게 됐죠,"

“특히 나이가 젊은 환자들은

다방면으로 고려해 치료를 합니다.

환자 입장에서 이해하고 진찰하면

병의 원인을 더 정확히 찾아낼 수 있죠.

가령 가족이 아파서 검사를 했는데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그런데도 계속 아프다고 한다면

진통제만 주진 않을 거잖아요.

내 가족이다 생각하면

어떻게든 그 원인을 발견하려고

찾고 또 노력하게 된단 말이죠.

그런 마음으로 환자들을 대하면

서로 신뢰가 쌓이는 것 같아요.

물론 환자분이 의사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믿음도 중요합니다."

"제가 의사가 된 이유이기도 한데

환자를 바라보는 의사의 사명감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어요.

학창 시절이던 고등학교 1학년 때

연탄가스에 중독된 적이 있었어요.

시골에서 친척이 올라와

평소 안 쓰던 방을 이용했는데

쥐들이 뚫은 굴이 있었던 거죠.

밤새 연탄가스가 들어왔고

전 공부하다가 쓰러졌나 봐요.

병원에 갔는데 가망이 없다고

집으로 데려가라고 했다고 해요.

당시 저희 집에 들어가려면

돌계단이 20계단정도 있었는데

어머니가 마비된 저를 옮기시다

계단에서 놓치고 말았어요.

그러면서 전 계단을 굴렀고

심하게 구토까지 하게 됐는데

덕분에 살아난 것 같아요.

3일 후에 의식을 차려보니

중환자실에 누워있었고

전신마비 상태에 있었어요."

"그렇게 고통의 경험이 있다 보니

환자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죠.

어머니도 심장병으로 고생하셨는데

어느 날 저를 부르시더니

나같은 사람 안 아프게 고쳐주는

의사가 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당시 반에서 꼴찌를 하다가

의과대학에 간 사람은 아마도

제가 유일무일한듯합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부탁을

꼭 드려드리고 싶었어요.

긴 고통의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지탱해준 분이셨거든요."

안 원장은 지금도 환자 진료카드를

직접 손으로 작성한다.

"지금은 볼펜을 쓰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년필을 썼어요.

병원에 오면 긴장이 되잖아요.

모니터를 보면서 이야기하면

환자 얼굴을 몇 초도 못 봐요.

그런데 종이 위에 쓰다보면

환자와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자연스럽겨 벽이 사라지게 됩니다.

환자와 함께 이야기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진료입니다."

"저희 병원 환자분만 4만 명입니다.

지금은 시간을 정해두고 있지만

예전에 그렇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추운 한겨울

병원 문을 열기 전부터

기다리는 분들이 계세요.

하루 환자만 100명 넘는데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세요.

연세도 경제적인 수준도

모두 제각각입니다.

가끔 환자분들이 기다리면서

나누는 말씀이 들리곤 하죠.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긴 하지만

예전 시골 장터에서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이들의 느낌이 납니다."

"의사도 병에 걸리잖아요.

의사면허증을 79년에 받았어요.

어느덧 41년째 의사의 길을

걷고 있는 셈입니다.

1년에 750명정도 내시경을 하는데

오히려 제 건강을 제대로 못 챙겨

디스크에 걸린 적이 있어요.

치료받기 어려운 환경에서

선택한 건 운동이었어요.

집 지하실에 운동시설을 만들어

잠을 줄여가며 운동을 했어요.

나이가 들면 근육도 노화되는데

그럴수록 근육 운동과 함께

자신감을 키우는 게 중요해요."

"40년 넘게 의사생활을 하면서

잊혀지지 않는 환자가 있어요.

당뇨병으로 오랜 시간 고생한

40대 여성 환자분이 계셨어요.

안타깝게 췌장암이 걸렸는데

해드릴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그냥 마음만 많이 아팠죠.

그런데 이 환자분이 오히려

저를 위로해 주시는거에요.

'선생님 저 못 살겠지요'라고

방긋 웃으며 말씀하셨는데

눈물이 나서 고개를 돌렸어요.

그동안 최선을 다해 진료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가셨는데

그 마음을 아직 잊을 수 없어요."

무악재 낭만닥터 안 원장

스스로의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감당하는

드라마 속 김사부를

현실 세계에서 만나다니

우리가 숨쉬고 살아가는 세상은

여전히 아직도 따뜻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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