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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경제팀]⑤일본, 아베노믹스 운명은?

  • 2013.08.27(화) 15:13

엔저 사무라이..'구로다가 돌아왔다'
아베노믹스 미래는 여전히 안갯속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7월 21일 아베노믹스의 큰 위기를 한 차례 넘겼다. 이날 치러진 참의원(양원제의 상원에 해당)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일본인들의 지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승리 자축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를 흔들리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실감할 수 있는 강한 경제를 되찾는 것이다. 경제는 국력의 원천이다. 15년에 걸친 디플레이션 탈출에 집중하지 않으면 사회보장이나 재정건전화, 안전보장도 이룰 수 없다"라고.

 

디플레이션 탈출! 아베노믹스의 구호는 바로 정권의 2인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아닌 경제사령탑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에서 비롯됐다.

 

[7월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주도 연정이 압승을 한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가 자민당 당선자의 이름에 장미꽃 모양의 장식을 달며 활짝 웃고 있다]


◇ 국제통…엔저, 양적확대론자

 

'엔저'로 상징되는 아베노믹스는 작년 말부터 시작됐지만, 환율이 실제로 달라진 때는 한 참 뒤였다. 엔고와 싸우는 '엔저 사무라이'로 불리는 구로다 하루히코가 일본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한 올 3월 말쯤이다. 전임자 임기가 상당 기간 남아있었지만 아베 총리는 구로다를 아베노믹스의 집행자로 전격 임명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대담한 금융완화 ▲2% 물가 상승 목표 ▲디플레이션 탈피 등을 위해 자신과 노선이 같은 인물을 일본은행 총재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구로다 총재(사진)의 내정 소식이 전해진 날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도쿄증시는 2.43% 급등한 1만 1662.52를 기록해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4년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쿄대 법대,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석사 출신인 구로다 내정자는 영어 구사 능력이 탁월한 국제통이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재무성에서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재무관으로 근무하면서 대규모 엔 매도에 나서는 등 시장 개입을 주도해 ‘엔고 파이터’로 불렸다.

 

당시 엔화 약세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에 총 14조엔을 투입했고, 일본은행에 물가 목표 도입을 요구하는 등 금융완화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관료의 최고위직(내각제 국가인 일보에서 장관은 주로 정치인이 임명된다)인 사무차관(차관보)에 오르지 못한 채 퇴임했고 2005년부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로 일해 왔다.


◇ 세 개의 화살

 

돈을 많이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환율을 떨어뜨려 수출을 증가시킨다. 증시와 부동산 시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 성장률을 올린다. 이같은 '아베노믹스'에는 세 가지 화살이 있다. 공격적인 금융완화, 대규모 재정확대, 성장촉진이다. 이를 통해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한다는 것.

 

첫 번째 화살, 구로다 총재가 이끄는 일본은행은 2년 안에 물가를 2% 상승시킴으로써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 4월 시중에 2년간 137조엔을 푸는 대대적인 양적완화를 결정해 현재 시행 중이다.

 

구로다 총재는 이와 같은 정책은 "주가가 올라가고 국채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은행들의 대출 확대를 돕고 기업과 소비자들의 자신감도 회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재정 확대 정책을 위해 지방 경기 활성화를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법인세 인하와 각종 규제 철폐를 통한 성장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한 일종의 '실탄'으로 증세 계획도 마련했다. 현행 5%인 소비세(우리의 부가가치세)를 2014년 4월 8%, 2015년 10월 10%로 올린다는 내용이다.


◇ 흔들흔들 아베노믹스…'아베게돈'?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지지가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이 활기를 띠는 등 긍정적 효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주요 수출 대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면서 내수도 살아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25일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의 통화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에서 "통화 완화책이 이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아베노믹스가 가지는 한계와 불리한 상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일본의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엔(1경1588조원 상당) 시대에 접어들었다.올해 6월 말 기준으로 1008조엔으로 집계돼 일본인 1인당 792만엔(8980만원)씩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중은 약 240%로 세계 주요국 중 최대 수준이다. 재무성은 국가 부채가 계속 늘어 내년 3월 말 1107조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아베노믹스가 국가부채를 계속 늘릴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가 부채, 국가 재정 건전화와 맞물려 아베 경제팀이 추진하고 있는 소비세 인상 역시 딜레마다. 경기가 회복되는 와중에 세금 인상은 소비 진작에 찬물을 끼얹는 근본적인 모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8월 월례 회보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해 "일시적으로 성장을 견인하겠지만 중기적으로 경기에 미치는 효과는 단기간에 그칠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분데스방크는 아베노믹스가 올해 일본의 GDP 성장률을 1.25%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14년에는 아베노믹스 효과가 약해지고 2015년에는 오히려 성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전망했다.

 

박승 전 한국은총재는 "아베노믹스는 실물경제효과가 거의 없는데다 국가부채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단언했다. UBS 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알렉스 프리드먼은 "아베노믹스가 성장동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경기침체 속에 물가만 상승하는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며 "이렇게 아베게돈(아베노믹스 + 아마게돈)이 올 수도 있다"고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권위있는 보고서로 유명한 일본 노무라증권은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는 아베 정권이 이제 여섯 달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엔고 파이터' 구로다 총재를 기둥으로 하는 아베노믹스의 미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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