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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수맥 찾는 저소득층…통신복지 현실은

  • 2019.06.13(목) 11:07

<김보라의 UP데이터>'기생충'으로 본 생활데이터②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저소득층 요금감면→ 통신비 감소
통신장비 구매비용은 증가…고액 5G 요금시스템도 부담

"아, 망했다 이거. 공짜 와이파이 못 쓴다 이제"

윗집 아줌마가 드디어 아이피타임 암호를 걸었습니다. 갑작스런 비보에 절망하는 아들 기우(최우식)에게 아버지 기택(송강호)은 '좀 더 높은 곳으로 가야 와이파이가 잘 잡힌다'며 태연하게 와이파이 수맥(?) 찾는 법을 알려줍니다. 기우와 기정(박소담)은 변기가 화장실바닥보다 높게 설치된 공간으로 올라가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 와이파이를 잡아 다시 데이터 기생을 시작합니다.

와이파이 비용 등 통신비를 부담할 여력이 없는 빈곤층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의 장면입니다.

현실에서도 통신비는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꾸준히 통신복지와 관련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지난 2017년 5월 대선을 치르고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통해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국정위는 어르신·저소득층의 월 1만1000원 요금을 추가 감면하고 선택약정할인제도의 할인율을 기존의 20%에서 25%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또 기존 3만원대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음성·데이터를 2만원에 제공하는 보편요금제와 공공와이파이 확대를 새롭게 들고 나왔는데요.

발표이후 정부는 선택약정할인제도의 할인율 상향(20%→25%), 저소득층과 기초연금수급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요금감면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이처럼 지속적인 가계통신비 인하 제도 도입으로 실제로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는데요.

올해 4월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가계통신비(통신서비스+통신장비) 지출 금액은 2017년 대비 2.7%(13만7800원→13만4100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계통신비 부담요인은 남아있습니다. 전반적인 통신비용 자체는 줄었지만 통신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갖춰야 할 통신장비(휴대폰 단말기) 지출금액이 10.3%(3만1900원→3만2900원) 증가한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 시리즈는 단말기 가격이 150만원을 훌쩍 넘어 휴대폰 한 대 값이 냉장고보다 비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죠.

통신서비스 비용은 줄어들었어도 통신장비 구매에 따른 비용이 지속적으로 오른다면 가계통신비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렸다고는 해도 통신비 월 13만4000원은 여전히 작지않은 금액입니다. 때문에 정부의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인데요.

국정위가 발표했던 공공와이파이 확대도 아직까지 진행이 미진한 상황입니다. 2017년에 확대계획을 발표했지만 서울시는 지난 4일에야 버스에 공공와이파이 단말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공공와이파이도 지역마다 격차가 큰데요. 서울열린데이터광장에서 공개한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구축현황을 보면 자치구마다 최대 5.6배 격차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로구는 472개의 공공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중랑구는 84개에 불과합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강원도 등 지방에서도 공공와이파이 격차가 나타납니다. 강원도 강릉시는 70개의 공공와이파이가 설치된 반면 삼척시는 27개 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의 통신복지 확대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난 4월 3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를 상용화했습니다. 5G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4G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을 내세우는 만큼 데이터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실제로 현재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5G요금제를 보면 ▲데이터 무제한 ▲150~200GB ▲8~9GB 등 기본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대부분입니다. 당연히 데이터 제공량이 많을수록 통신비도 높아질 수밖에 없겠죠. 현재 5G 요금제 가격도 8~10만원대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향후 본격적인 5G 시대가 온다면 기택네 가족 4명이 매월 지불해야하는 통신비만 최소 30만원(휴대폰 단말기값 제외한 순수 통신비만)이 넘게 됩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춘 통신복지 정책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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