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토의 3분의 2가 산으로 이루어진 만큼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국립공원이 상당수 있습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가야산, 다도해, 설악산 등 국내에 총 22개의 국립공원이 있는데요.
국립공원을 들어가기 위한 별도의 비용은 없습니다. 1967년 공원법이 제정되면서 국립공원입장료 징수근거가 마련되고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지만 지난 2007년 정부가 입장료를 더 이상 받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매년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립공원입장료는 사라진지 오래지만 공원 내 사찰에서 받는 관람료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국립공원 내 있는 사찰은 정부가 아닌 대한불교조계종 소유의 사적 공간입니다. 공원입구에서 사찰로 들어가는 일부 토지도 조계종의 사유지로 지정된 곳들이 많습니다. 사찰이 국가지정문화재이긴 하지만 엄연히 소유주가 따로 있기 때문에 주인 뜻대로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는 것이죠. 사찰의 관람료 징수 근거법(문화재보호법 제49조)도 있습니다.
주인이 자기 땅을 찾는 사람들에게 비용을 받겠다는데 뭐가 문제이냐 싶지만 사찰의 관람료 징수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갈등이 얽혀있습니다.
가장 먼저 통행세 논란입니다. 지리산국립공원에 위치한 천은사는 지리산횡단도로 길목에 매표소를 설치해 관람료를 받아왔습니다. 문제는 국립공원만 탐방하러 왔는데 사찰 사유지를 지나가게 되면서 문화재관람료를 억지로 내야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 것이죠.
이를 두고 참여연대가 2000년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냈고 2013년에는 관람료를 지불한 탐방객 73명이 집단소송을 냈습니다. 이후 지난 4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천은사 주변 탐방로를 정비해주기로 합의하면서 천은사는 30여년 만에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폐지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16개 국립공원 내 24곳의 사찰에서 관람료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표적으로 설악산 탐방객들이 케이블카를 타려면 반드시 신흥사 관람료 3500원을 먼저내고 들어간 뒤 케이블카 요금을 다시 결제해야합니다.
관람료 결제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끊이질 않는데요. 무조건 현금만 받고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은 발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계룡산국립공원 내 사찰인 갑사는 지난해부터 신용카드 결제를 도입하긴 했지만 여전히 현금지불만 고집하는 사찰이 대부분입니다.
사찰에 들르지 않아도 내야하고 현금영수증도 발급하지 않는 관람료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자 최근 조계종은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했는데요. 조계종은 "문화재 관람료를 둘러싼 논란은 국가의 일방적인 국립공원 정책이 원인"이라며 "정부가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받거나 현금영수증 처리를 해줄지 여부는 사찰재량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는 없다"며 "다만 문화재청으로 불만 민원이 많이 들어와 사찰에 결제방식을 다양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해 7월에는 문화재관람료의 납부방법 다양화를 법률에 명시한 문화재보호법 개정안도 발의(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됐는데요. 개정안은 현금과 신용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 등으로 관람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아직까지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방문객들이 지불하는 관람료가 어떤 근거로 산정되고 어떻게 쓰이는지 불분명하다는 문제도 남아있습니다.
실제로 사찰마다 방문객에게 징수하는 관람료는 천차만별인데요. 전국에서 관람료가 가장 비싼 곳은 경주국립공원의 불국사와 석굴암입니다. 각각 5000원의 관람료를 징수해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려는 방문객은 도합 1만원을 내야합니다.
반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보리암은 1000원의 관람료를 받고 있습니다. 보리암과 비교하면 불국사·석굴암은 무려 5배나 많은 금액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어떤 근거로 관람료 액수가 정해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방문객으로부터 거둬들인 관람료의 사용처도 논란입니다. 조계종은 문화재관람료의 53%는 사찰유지비용, 30%는 문화재관리·교육·홍보·인건비, 12%는 종단 운영비, 5%는 승려 교육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정부는 관람료의 산정근거와 사용처 파악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찰 자체적으로 징수하기 때문에 어떤 근거로 관람료를 산정하는지 파악하고 있지 않다"며 "연간단위로 얼마를 거둬들이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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