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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에 스타벅스 "주총 집에서 참석하세요"

  • 2020.03.12(목) 17:33

스타벅스, 3월 18일 현장주총 없는 버추얼 주총 첫 실시 
집에서 가상의 주총장에 로그인... 온라인으로 안건 처리
한국은 상법상 근거 없어…전자투표 정착시 다음단계로 기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상장기업의 연중 최대행사인 정기주주총회 풍경이 예년과 사뭇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오프라인 주총을 열지않거나 규모를 줄이면서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전자주총'이 자리 잡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국 등 금융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전자주총이 아직까지 생소한 상황이다. 상법에 명시적 허용 여부가 없고, 기업들이 주총을 바라보는 시각도 글로벌 기업들과 차이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 3300만 주주 스타벅스 "올해 주총, 집에서 참석하세요"     

해외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3300만명이 있는 스타벅스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주총을 취소하는 대신 버추얼 주총으로 대신한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스타벅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전자공시 시스템 '에드가(EDGAR)'에 올린 전문에 따르면, 주주들이 직접 현장을 찾는 행사는 없으며 주총 당일인 이달 18일 회사 측이 마련한 가상의 주총장에 로그인하면 된다.

전자주총은 온·오프라인 주총을 동시에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 오프라인 주총없이 온라인 상으로만 여는 '버추얼' 방식이 있는데, 스타벅스의 버추얼 주총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스타벅스 외에도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버추얼 또는 하이브리드 주총으로 계획을 변경하는 해외 기업들은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F5네트워크(F5 Networks, Inc.)는 올해 처음으로 전자투표를 통해 안건을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회사는 주주들이 직접 모이는 오프라인 주총도 같이 개최한다고 밝혀 올해 주총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기업들도 올해 오프라인 주총 규모를 대폭 축소하면서 온라인 채널을 통해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진행상황을 중계하는 하이브리드 주총이 눈에 띄고 있다.

맥주로 유명한 덴마크 국적의 칼스버그는 올해 주총에 참석을 원하지 않는 주주들을 위해 의결권을 대리 행사하거나 우편으로 행사하는 서면 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현장주총은 이달 11일에서 16일로 연기됐고 행사 당일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할 예정이다.

영국계 투자은행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다음달 24일 예정된 주총 소집을 공시하면서 현장 주총이 불가능할 경우 온라인상에서 주총을 방송하며 안건을 처리하는 버추얼 주총을 시사했다.

터키는 전자주총을 법적으로 의무화 시켰고, 내 TV 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처럼 주주들이 온라인 상에서 실시간으로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의결권을 행사한다.

이밖에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서도 주총을 온라인 중계와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거래소(SGX)는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모든 상장사들의 주총 기한을 두달 연장했다.

싱가포르 회사법(Companies Act)에 따르면 자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경우 해당 회계 연도가 끝나면 4개월 안에 주총을 열어야 한다. 따라서 상장사들은 올해 4월까지 주총을 개최해야 하지만 두달 가량의 시간이 주어지면서 6월까지 모든 주총을 완료하면 된다.

싱가포르 비즈니스타임스는 거래소 관계자 말을 인용해 "상장사들이 주총을 가장 잘 치를 수 있도록 방법을 연구할 시간이 생겼다"며 "주총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등 전자주총을 대안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태국증권거래소(the Stock Exchange of Thailand)도 점차 강도를 더해가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정상적인 주총 개최가 어렵다며, 페이스북 라이브와 같은 온라인 채널을 통한 주총 중계를 권고한 바 있다.

Ⓒ비즈니스워치 = 최이레 기자

◇ 한국, 전자주총 법적 근거 불분명…전자투표 안착하면 다음단계로 기대

사실 미국도 전자주총 실시 기업이 전체 상장사의 1%에 불과한 수준이나 2018년 기준 300여개 회사가 이를 도입해 시행하는 등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러한 형태의 전자주총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2017년까지 유지한 섀도 보팅(의결권 대리행사)으로 인해 기업들이 굳이 도입할 필요가 없었고, 법적 근거가 없던 점도 한 몫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자주주총회 허용와 관련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 발의한 바 있다. 현행 상법엔 원격통신수단을 활용한 회의 참가를 허용하는 근거 규정이 없어 현행법을 개정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최운열 의원의 개정안은 국회 통과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2월 임시국회 종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총선일정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법안 자동 폐기 수순에 돌입했다.

국내에서는 전자주총의 전 단계라고 볼 수 있는 전자투표도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둘째주 기준 12월결산 전체 상장법인 2302개 사 중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을 이용하는 업체는 105개 사로 4.5% 비중이다.

그나마 위안 거리로 삼을 수 있는 부분은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대거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금융 선진국들은 전자투표 도입 후 자연스럽게 전자주총으로 전환했다.

황현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자투표 채택 기업 수가 많이 증가했다"며 "전자투표가 어느 정도 정착하면 21대 국회에는 전자주총 이슈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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